단기 프로젝트인 뉴딜과 중장기 과제인 디지털화 분리해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의 기본 방향이 제시됐다. 이미 예고한 바와 같이 내용의 핵심은 ‘디지털 대전환’으로 요약된다. 1930년대 미국에서 시행된 예전의 뉴딜이 토목 사업 위주였다면,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21세기형 ‘디지털 뉴딜’을 추진해 미래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7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한국판 뉴딜은 ‘데이터·5G·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SOC의 디지털화’ 등 3대 부문 프로젝트가 중심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언급한 디지털화 3대 영역을 바탕으로 10대 중점 과제도 선정했다. △데이터 전(全)주기 인프라 강화 △국민체감 6대 분야 데이터 수집·활용 확대 △5G 인프라 조기 구축 △5G+ 융복합 사업 촉진 △AI 융합 확산 △비대면 서비스 확산 기반 조성 △클라우드 및 사이버안전망 강화 △SOC의 디지털화 △디지털 물류 서비스 체계 구축 등이다.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코로나 사태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빠르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화와 비대면화 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현 상황 돌파’와 ‘미래 산업 지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대규모 재정 투자와 제도 개선을 통해 산업의 디지털화를 지원함으로써 관련 부문에서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등 향후 2~3년 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크게 ‘긴급재난지원금’과 ‘디지털 뉴딜’로 나누어진다. 먼저 전 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으로 소비 진작과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한 대책이다. 단발성이지만 단기적으로 반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디지털 뉴딜은 관점에 따라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첫 번째는 시기상의 문제다.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아직 가시지 않았고 경제적 피해 또한 완전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지나치게 조바심을 낸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성급한 경기부양보다는 고용과 생활안정과 같은 구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코로나19 종식에 우선적으로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는 뉴딜의 고유한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뉴딜처럼 단기간에 효과를 보았던 대규모 SOC 투자 대신 ‘SOC의 디지털화’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특히 SOC의 디지털화를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자리는 전문적인 분야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면한 비숙련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뉴딜의 본래 목적처럼 대규모 국책 SOC 사업도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 번째는 디지털 뉴딜 정책이 혁신성장 정책과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보주의 경제학자인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을 재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내놓은 다양한 프로젝트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경제(혹은 산업)의 디지털화는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문제다. 그리고 뉴딜은 침체된 경기 회복의 전환점을 찾기 위해 시행하는 단기성 프로젝트에 가깝다. ‘디지털 뉴딜’은 지향점이 다른 두 가지 개념이 억지로 합쳐진 것 같아 어색하다. 단기 프로젝트인 뉴딜과 중장기 과제인 디지털화를 따로 분리해 내어야 할 것이다.

이원호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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