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갈등으로 2차대전 발발...코로나19사태로 미중 헤게모니 다툼 격화

1929년 10월 말,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주가가 폭락했다. 이른바 ‘월스트리트 사태’로 불린 주가 폭락으로 인해 미국 경제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 영향은 전 세계로 확산됐다.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고, 유럽 내의 미국 자본은 급격히 빠져나갔다. 미국 시장과 자본에 의존하던 유럽의 경제 또한 급격히 침체됐다. 1930년대 ‘대공황’의 시작이었다.

대공황 시대의 충격과 불황은 코로나19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최근의 경제 침체와도 비교된다. 세계 경제가 대공황 시대 이후 가장 최악의 불황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실제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세계 경제는 우리가 당초 예상했던 비관적 전망보다도 더 나쁜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도 대공황 시대의 해결책과 궤를 같이 한다. 대표적인 정책이 뉴딜정책이다. 뉴딜정책은 1933년 3월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경제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모든 부문에 걸쳐 적극적으로 시행한 대책이었다. 댐과 도로를 건설하는 등 대규모 공공사업을 벌여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었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실업 수당을 지급했다. 뉴딜 정책은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를 이끌어 내 대공황을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지금도 이 해결책은 유효하다. 1930년대 뉴딜정책을 입안했던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이 정책을 모방해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경제 침체의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도 디지털화 가속, 비대면화 촉진 등에 중점을 둔 디지털 기반 일자리 창출, 경제 혁신 가속화 등, 공공기관 일자리 76만개 공급 등을 구체화한 ‘한국판 뉴딜정책’을 내놓았다. 각국의 이 같은 정책들은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대공황 시기에 발생했던 부정적인 면들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강대국들의 갈등이다. 대공황 당시 강대국들의 갈등은 2차 세계대전으로 연결되는 등 최악의 결과를 냈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강대국들의 갈등도 그에 못지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공황 당시 갈등의 당사자는 프랑스 등 연합국과 독일이었고, 최근 갈등의 당사자는 미국과 중국이다.

대공황과 관련해 연합국과 독일이 갈등을 빚은 원인과 수순은 이랬다. 대공황 이전 유럽의 경제를 받치던 버팀목은 1차 세계대전(1914~1918년) 패전국 독일의 배상금이었다. 연합국은 전쟁에서 승리를 차지하긴 했지만 모든 것을 쏟아 붓느라 남은 게 없었기 때문에 1919년 베르사유 조약을 통해 독일에게 물린 배상금으로 경제를 지탱했다. 독일이 감당해야 할 배상금은 1988년까지 장기적으로 갚아야 할 만큼 엄청난 액수였다.

사실상 해결하기가 불가능한 이 배상금으로 인해 독일 국내 정치는 베르사유 조약을 뒤엎으려는 우파 진영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떠오른 인물이 바로 아돌프 히틀러였다. 히틀러는 배상금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불만을 활용해 입지를 다졌다. 그가 이끄는 나치당은 대공황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1930년 9월에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20%에 가까운 득표율을 얻으며 제2당이 된 뒤 더욱 권력의 중심부로 다가섰다.

나치당은 대공황으로 인해 실업률이 악화되고 있던 1932년 7월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배상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기반으로 제1당이 됐고, 히틀러는 1933년 1월 수상에 임명됐다. 이처럼 대중들과 지도층의 여망 속에 권력을 장악한 뒤 실제로 배상금 지급을 멈춘 히틀러는 결국 1939년 9월 1일, 선전 포고도 없이 폴란드를 침공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대공황 때문에 발생한 갈등이 패권투쟁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패권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대선 과정에 있는 상황과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외부로 원인을 돌리는 게 대공황 당시와 비슷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의 발원지이면서도 이를 한 달 넘게 은폐하는 바람에 수백만 명이 감염되고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고 중국을 때리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 중국도 트럼프의 지적에 대해 제정신이 아닐 뿐만 아니라 사악하고 제멋대로 거짓말을 퍼뜨린다고 정면 반박하면서 날선 대립을 보이고 있다.

양측의 강경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미중 무역 분쟁의 재개를 넘어 군사적 대립까지 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 해군은 남중국해는 물론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FONOP)’ 횟수를 늘리며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실제로 과거와 같은 어리석은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코로나19로 촉발된 이 같은 갈등이 패권투쟁으로 이어지는 게 결코 달갑지만은 않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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