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일 한국산업양행 회장, 인간개발원 초청 토크콘서트서 강연
"세계적 골프장으로 키우는 안목과 따뜻한 마음가짐이 성공 이끌어"

▲ 18일 아산나눔재단 약수본사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 주최 '기업가 정신 토크콘서트'에 연사로 나선 유신일 회장이 섬유업에서 출발한 한국산업양행을 일본과 미국에 총 25개의 명문 골프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골프 기업으로 성장시킨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한민국 골프산업의 선구자로 불리는 한국산업양행 유신일 회장이 가진 성공 비법은 무엇일까. 그의 성공 철학은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골프장의 경우 손님이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되면 된다. 그를 성공으로 이끈 바탕은 세계적인 수준의 골프장을 만들 수 있는 안목, 그리고 적극적인 마인드와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진실한 마음가짐이었다. 

18일 아산나눔재단 약수본사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 주최 '기업가 정신 토크콘서트'에 연사로 나선 유 회장은 밤낮으로 성공을 위해 달리는 청년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30여년 전 골프 사업을 시작해 현재 '골프왕'으로 불려지기까지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유 회장이 보유한 골프장은 일본과 미국에 총 25개에 달한다. 이중 미국 캘리포니아 라퀸타에 위치한 PGA 웨스트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골프장으로, 올해 초 한국인의 PGA 웨스트 인수 소식은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골프장 외에도 야마하 골프카, 바로네스 코스장비, 코스관리 아웃소싱 등 다양한 골프장 관련 사업을 운영 중이다.  

국내 골프산업에서 화려한 이력을 가진 유 회장도 전문경영인(CEO)으로서 걸어온 길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1975년 대한통운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2년 뒤 현대상선으로 직장을 옮겼고, 1981년 일본 동경지사로 발령을 받았다. 

골프도 동경 주재 시절에 처음 접했다. 유 회장은 "회사와 거래하던 일본기업 담당자가 오로지 골프만 좋아한다는 얘길 들었다. 당시엔 골프라는 운동이 누가 가르쳐 주는 것인지도 몰랐다. 매일 혼자 연습장에 가서 손이 찢어지도록 연습을 했다. 골프라는 매개체가 통했는지, 나중에는 그 담당자와 라운드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학으로 골프를 배운 만큼 유 회장의 실력은 신통치 않았다. 1번 홀에서 티샷을 하는데 무려 5번 헛스윙을 할 만큼 엉성했다. 유 회장은 "내가 그 사람을 접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이 18홀 내내 나를 코치해주는 상황이 됐다. 당시 내 자신이 너무 창피했다. 그러나 일본거래처 담당자는 동정심이 생겼는지 나에 대한 태도가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이후 좋은 관계를 유지한 끝에 그 회사와의 비즈니스를 원만하게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 회장은 현대상선에서 11년간 근무한 뒤 회사를 나와 1988년 한국산업양행을 설립했다. 첫 사업은 컴퓨터를 이용해 양말을 만들어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수출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섬유사업은 사양산업으로 접어들고 있었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유 회장은 당시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골프장을 찾았다. 하지만 한국의 골프장 수준이 일본하고 너무 차이가 났다. '왜 한국은 일본처럼 안 될까. 앞으로 한국경제가 계속해서 발전하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본처럼 골프를 많이 칠 텐데'라는 생각에 골프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먼저 골프장을 관리하는 기계를 취급해보자는 생각에 유 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바로네스 경영진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바로네스는 일본 교에이샤의 코스장비 브랜드로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회사다. 그는 "당시 바로네스 경영진에게 '당신들의 경영철학을 훼손시키지 않고 한국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계속해서 설득했다. 총 5번을 방문한 끝에 결국 나를 선택해줬다. 그렇게 한국에서 골프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1990년대 들어 국내에 골프장이 곳곳에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골프장을 돌아다니며 '내 회사의 골프장 관리 기계는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낸다'며 열심히 설명하고 설득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당시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큰 성과를 이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유 회장은 "어려운 수학 문제도 공식을 알면 쉽게 풀리는 것처럼,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우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의견과 조언을 구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받아보면 반드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수십년간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인이 가진 잠재력이 일본과 미국 등 다른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라며 "젊은 CEO들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시야를 넓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는데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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