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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박사의 알기 쉬운 경제] 전인대를 통해 본 중국 경제 정책 방향
경제성장률 최저, 글로벌 공급망 탈중국 우려 등으로 위기감 고조
한국, 해외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과 양적 완화정책 적극 도입해야
2020년 05월 26일 (화) 14:03:09 이원호 webmaster@smedaily.co.kr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가 지난 22일부터 개최되어 정치 경제 외교활동에 대한 목표와 정책을 결정했다. 매년 3월 5일부터 열렸던 전인대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두 달 이상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개막식 취재를 위해 북적이던 취재진의 모습이 올해는 자취를 감추었다. 취재진 수는 중국 당국이 선발한 20명의 외신기자와 중국 국내 매체 기자 등 약 50명에 불과할 정도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언론의 취재 열기가 예년과 달리 조용했다고 전인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국 정부가 내놓을 경제정책 방향과 성장률 목표치 발표에 전 세계는 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왜냐하면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 경제의 향방이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물론이고 침체된 세계 경제 회복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해도 관례에 따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정부 업무보고를 하면서 중국 경제의 방향을 제시했다. 코로나 사태와 다시 고개 들기 시작하는 미·중 무역전쟁의 우려 속에서 중국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리 총리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리 총리가 발표한 내용은 대내적으로 과감한 경제정책 추진과 소극적인 대외정책으로 요약된다.

과감한 대내정책의 추진 배경은 코로나 사태로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6.8%)를 기록하고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못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데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투입해 침체된 경기를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리 총리의 이날 발표에서 가장 강조한 부문은 ‘경기부양’과 ‘산업구조 고도화’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 투입하겠다는 자금이 최소 6조위안(약 1000조원)에 달한다. 이전에 리 총리가 중국판 양적완화(QE)에 해당하는 따쉬만관(大水漫灌)을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말을 번복하면서 사실상 QE를 시행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를 통해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한편, 5G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 분야에 대규모 투자해 산업 구조 고도화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전인대에서 발표된 대외 정책은 대내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매년 중심 주제로 다루어지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같은 대외적인 메시지를 최소화해 미국 등 국제사회와 충돌을 자제하고 있다. 또한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일방적인 공세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을 삼가고 있다.

리커창 총리와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의 정치가나 고위 관리들은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면서 미국과 직접적인 힘 대결을 피해가려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미국 트럼프 정부의 무역보복 공세에 중국 정부도 똑같은 수위로 강경하게 대응하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이 대내 경제정책에 매달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 경제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하거나 성장을 하더라도 1~2%에 그칠 경우 시진핑 정권의 기반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도시 신규 일자리 창출 목표를 900만개로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약 900만명에 달하는 올해 대학 졸업 예정자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최악의 실업 대란이 온다면 시진핑 정권이 장기집권을 위해 내세운 ‘중국몽’은 명분을 잃고 만다. 따라서 ‘돈폭탄’ 투하라는 강력한 처방전을 통해 고용과 민생경제를 안정시켜 체제 불안 요소를 미연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둘째, 그동안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역할을 담당하면서 세계경제 성장의 일정 부문 공헌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 정국의 장기화로 중국의 생산 활동이 중단되자 전 세계는 중국에 의존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위험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는 중국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탈(脫)중국 행렬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인도는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위상이 흔들리는 중국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대외 경제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중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대내 경제 정책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제 정책 방향의 변화는 우리 기업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우리 기업의 대(對)중국 전략은 중국 내 생산기지를 구축해 여기서 생산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구조가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앞으로 글로벌 생산기지로써 중국의 위상은 크게 줄어들 것을 대비해 해외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이 중국판 양적완화를 통해 내수 시장을 육성하는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어 우리 기업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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