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서양 제일주의 사로잡혀 있어…일본도 이에 편승
좁은 틀 벗고 진정으로 세계 문제 해결하는데 큰 역할해야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던 1973년 3월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일본 등 주요 선진 6개국 재무장관들이 비공식 회동을 가졌다. 이 회동 이후인 그 해 10월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고, 이후 페르시아 만의 6개 산유국들은 석유 가격 인상과 감산에 돌입했다.

이른바 1차 석유 파동이었다. 이후 석유 값은 2∼3개월 만에 무려 4배나 폭등했고, 이 파동으로 이들 선진국들은 1974년 두 자릿수 물가 상승과 마이너스 성장이 겹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어야 했다.

결국 1973년 3월 백악관 회동에 참석했던 나라들은 세계적 위기에 따른 대책을 마련한다는 미명 하에 1975년부터 이 모임을 정기적인 정상회담으로 발전시켰고, 1976년 캐나다를 포함시켜 G7(Group of Seven)을 이루었다. 이후 매년 개최되고 있는 이 모임은 1997년 러시아가 정회원으로 가입해 G8이 됐으나,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러시아의 자격이 잠정 정지됨으로써 다시 G7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처음에는 경제문제에 집중하다 점차 정치·외교 분야까지 관심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선진 7개국의 모임이라는 화려한 면면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아우르는 신통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해 ‘허세에 찬 부자 나라들의 모임’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기도 하다.

가장 최근의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 이들 나라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를 보면 이 모임에 대한 비아냥이 전혀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앞서가는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오히려 편견에 휩싸여 앞서가는 나라들의 대책을 비난하고 지적하는 데 더 치중하는 등 헛발질만 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이들의 시각을 보면 그 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의 언론은 한국의 방역 방식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한국 사회에 대한 편견을 적지 않게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성공적인 방역에는 유교와 집단주의 통제 문화가 바탕에 깔려 있으며, 자유주의적 개방, 개인의 자유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엄격한 내부 통제와 연결돼 있다고 평가한다.

이들은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 휴대전화 정보와 감시카메라, 신용카드 정보 등을 활용하는 데 대해 많은 한국인은 유교의 영향으로 국가의 안녕을 위해서라면 가부장적인 정부의 뜻을 따르는 데 있어서 서양인들보다 더 적극적이며 자유권을 침해받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에는 프랑스의 한 변호사가 한국과 대만을 ‘개인의 자유를 오래 전에 버린 나라들’이라고 비난해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당시 그의 주장은 프랑스 정부가 이동제한령을 내린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자국 언론으로부터 “코로나19가 프랑스 엘리트의 오만방자함이라는 세균을 박멸할 유익한 기회를 주었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어떤 면에서 이는 오리엔탈리즘적 편견에 갇혀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양과 비교했을 때 동양은 비과학적이고, 후진적이고, 게으르고, 열등하고, 야만적이라는 부정적인 오리엔탈리즘을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제국주의 시대 유럽중심적인 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주목해 볼 것은 동양 국가이면서 유일하게 G7에 포함돼 있는 일본의 시각이다. ‘혐한’ 발언을 많이 했던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가 “한국의 방역이 민주적이고 투명했는지 의문”이라며 한국을 ‘감시 사회’로 깎아내리는 등 서구인들과 같은 시각을 드러냈는데, 이는 일본의 전반적인 입장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 때문에 일본의 헛발질이 가장 크게 느껴지지만, 이는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구적 사고를 받아들이면서 일본 고유의 전통을 많이 버리는 등 서양에 대한 사대주의적 태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7은 여전히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큰 역할을 해야 하는 모임이다. 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미국에서 G7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바라건데 G7이라는 좁은 틀과 시대착오적인 오리엔탈리즘적 편견을 벗고 진정한 리더들의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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