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소상공인과 기업은 물론 가계가 은행에서 75조원 이상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경제와 고용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 경제주체 모두가 빚으로 버티고 있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경제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31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월부터 4월까지 석 달 간 기업과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75조4000억원 늘었다.

1월 말 기준 877조5000억원이었던 기업대출이 4월 말 929조2000억원으로 불어나고,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892조원에서 915조7000억원으로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같은 기간(2~4월) 기업과 가계의 은행 대출 증가액이 21조9000억원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대출 증가폭은 1년 전 대비 3.4배에 달한다. 그만큼 상황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대출이 늘었다. 4월 말 기준 기업대출액이 1월 말 대비 51조7000억원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출증가액 12조원과 비교하면 4배 이상이다. 이중 중소기업 대출은 이 기간에 29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이중 16조8000억원이 자영업자 대출이다.

2~4월 중 대기업 대출도 21조7000억원이 불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은 1조원 감소한 바 있다. 자금 규모가 큰 대기업 구제를 위해 정부는 항공과 해운 등 7개 기간산업을 대상으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가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3조7000억원 상당의 대출을 은행에서 새로 받아 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출 증가액 9조9000억원에 비하면 2배 이상 수준이다. 지난해 말 부동산 시장 급등과 12·16 대출 규제, 코로나19에 따른 급전 대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경제주체들이 갚아야 할 대출을 갚지 못해 만기를 연장하거나 상환을 유예하는 조치를 받은 대출도 16만9000건에 달했다. 자금 규모로 따지만 34조90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향후 대출 연체나 금융사들의 신용등급 하락 등 부작용이 본격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