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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박사의 알기 쉬운 경제]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강행하는 이유
경제적 매력 떨어지는 반면 민주화 요구 등 체재 위협 커져
포스트 홍콩 대안으로 싱가포르, 도쿄, 서울 등 각축 치열
2020년 06월 02일 (화) 13:12:49 이원호 webmaster@smedaily.co.kr

지난달 열린 제 13기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홍콩보안법을 제정하기로 결정하면서 홍콩의 미래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법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7개 조에 걸친 보안법의 주요 내용은 홍콩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예방하고 단속을 통해 처벌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더욱이 홍콩보안법 제정 권한을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중국의 직접적인 홍콩 내정 간섭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홍콩의 ‘중국화’는 상당히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과거 영국의 힘에 굴복해 뺏긴 자국의 영토를 제자리에 돌려놓는다는 명분이 내세우고 있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백년 이상 자본주의 체재에서 살아온 홍콩 시민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 화학적으로 동화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홍콩보안법이 중국 정부가 의도한 대로 제정되고 실행된다면 하나의 국가에 두 개의 제도를 허용한다는 취지의 ‘일국양제(一國兩制)’는 사실상 소멸하게 된다. 이는 홍콩이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번 결정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가장 먼저 경제적인 무기를 들고 압박에 나섰다. 미국은 홍콩에 대한 무비자 입국, 관세 면제 혜택 등 특별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조치가 현실화되면 세계 경제와 중국을 이어주던 홍콩의 역할은 사라질 것이다. 또한 홍콩에 아시아 지역 본부를 두고 있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도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머물 이유가 없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의 허브 역할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도 홍콩보안법이 강행될 경우 과거 영국해외시민 여권(British National Overseas)을 보유한 35만명의 홍콩인에게 영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 밝히고 있다. 영국의 이 같은 검토는 전인대 결정 이후 싱가포르나 대만 등지로 이민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에 더해 홍콩인들의 탈 홍콩 행렬에 기름을 붓고 있다. 결국 미국과 영국의 압박으로 홍콩은 강점인 자본과 고급 인력을 모두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 향후 경제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홍콩인들의 격렬한 저항과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중국 정부의 체제 안정 목적이 가장 크다. 중국이 그동안 고도의 성장을 거듭하면서 민주화에 대한 욕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국가 중 하나인 홍콩이 중국 정부에게는 눈에 가시일 수밖에 없다. 특히 2017년 행정장관 선거에 중국 개입을 거부하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노란우산혁명) 이후 홍콩의 중국화를 서둘러 체제에 위협이 되는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정국 정부의 의도가 작용한 것이다.

둘째, 홍콩보안법 강행에 국제사회가 반발하겠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중국의 계산이 깔려있다. 미국 정부가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지만, 이 경우 홍콩에 기반을 둔 수많은 글로벌 기업(대다수는 미국기업)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에 쉽게 행동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격화되는 미·중 갈등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는 홍콩 문제가 아니더라도 향후 5~10년간 양국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면서 국제사회의 간섭이 미칠 영향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 세계경제 및 중국경제에서 홍콩의 위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홍콩은 그동안 서방과 중국을 이어주는 가교였다. 중국이 개방정책을 펴기 전부터 서방의 자본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창구로 자리매김했으며,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에도 그 역할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중국의 고도성장을 거듭하면서 홍콩의 역할은 축소되고 있다.

1990년 홍콩의 경제규모(GDP 기준)는 중국의 약 20%에 달했다. 홍콩 반환의 해인 97년에도 18.4%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난해(2019년)에는 2.6%로 쪼그라들었다. 이미 오래전에 베이징과 상하이가 홍콩을 추월했으며, 2018년에는 홍콩과 직접 경쟁하는 선전(深圳)도 홍콩의 경제력을 넘어섰다. 홍콩항의 물동량도 97년 기준으로 세계 1위였으나 지금은 7위로 밀려났다. 홍콩항 앞에는 상하이항 등 대부분 중국의 주요 항구들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정부로서는 경제적으로 매력은 떨어지는 반면 민주화 요구 등 체재에 위협이 되는 요인만 커지는 홍콩을 서둘러 중국화하는 전략을 강행하게 된 것이다.

   
 

이제 관심은 홍콩보안법 이후 홍콩의 미래에 쏠리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홍콩이 세계경제의 주류에서는 밀려나겠지만 뛰어난 지정학적인 입지를 바탕으로 일정한 역할은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무역과 금융 분야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변함없이 유지될 가능성을 높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 본부(허브)로서 홍콩의 역할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글로벌 기업들은 포스트 홍콩의 대안으로 싱가포르, 도쿄, 서울 등을 거론하고 있다. 홍콩의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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