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운용자산이익률 3% 중반대 역대 최저
금리 역마진 확대 우려…올해 6조원 넘을수도
구조적 업황 부진에 실적부진 장기화 가능성

▲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생명보험사의 최대의 골칫거리인 확정금리상품 '역마진' 공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국내 금융시장이 본격적인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생명보험사의 최대의 골칫거리인 확정금리상품 '역마진'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와 맞물려 자산운용을 통해 거둔 이익률이 향후 계약자에게 돌려주기로 약속한 보험부채의 적립이율에도 못 미치는 '금리 역마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보험영업 적자를 투자수익률로 메워왔던 생보사들은 당장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에서 영업 중인 24개 생명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3.5%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0.1%포인트 가량 하락한 것으로, 관련 통계가 공개돼 있는 1991년 이래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생보업계의 운용자산이익률은 1990년대 평균 11~12%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2000년 8%대를 기록한 이후 2010년 5.6%, 2013년 4.5%로 하락했고 2016년에 3%대로 떨어지는 등 매년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5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한 만큼 생보업계의 운용자산이익률은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5%로 0.25%포인트 낮췄다. 앞서 3월 16일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를 고려해 사상 처음 '0%대 기준금리(1.25%→0.75%)' 시대를 연 지 불과 2개월 만에 추가 인하한 것이다.

고객에게 보험료를 받아 만기가 길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공채에 투자하는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시장금리에 연동하는 만큼 금리가 내리면 투자수익도 줄어들게 된다. 

초저금리 기조에 생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이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운용자산이익률이 보험계약 당시 고객에게 약속한 적립이율에 미치지 못하는 역마진 현상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형 생보사는 -1.06%포인트, 소형 생보사는 -0.58%포인트 가량 역마진이 발생한 상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과거 고금리 시절에 금리확정형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보사일수록 위기의식이 크다. 이들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고, 자본금이 부족하거나 추가로 확충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보험영업손실 증가와 운용자산이익률 하락에 따른 역마진 확대 등으로 생보사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1분기 생보사 순익은 778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8.4%(4856억원) 급감했다. 생보사의 보험영업손실은 7조9043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1183억원 늘었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잇딴 기준금리 인하 조치에 최악의 경우 올해 생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이 2%대로 내려앉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예상이 현실화할 경우 생보업계의 올해 금리 역마진 규모는 6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영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투자영업으로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반등하지 않는 이상 보험사의 실적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경우 생보사의 역마진 피해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어 실적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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