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편협한 시각에서 글로벌 문제 해결 못해 새 체재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하반기 미국에서 개최할 ‘주요 7개국(G7)’ 회합을 G11 또는 G12로 확대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추가 합류할 나라들로는 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이상 G11), 브라질(G12)이 거론되는 등 주요국들의 구체적인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과 호주, 인도는 이미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새로운 회합이 기존 G7의 일시적인 확대가 아닌 영구적인 확대 개편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 필요성만큼은 공감을 얻고 있다. 이에 따른 다양한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주요국의 확대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글로벌 위기에 맞서기 위한 방안의 하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일부에서는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해 조력자들을 모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단 ‘중국 견제론’은 확대 개편의 의미를 축소시키려는 일본의 의도가 담긴 분석이다.

일본은 무엇보다 최근 들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한국이 포함된다는 점에 대해 확대 개편에 부정적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주요국 멤버를 갑자기 늘리는 건 무리”라며 미국의 진의를 끝까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지금까지 G7에서 누리던 아시아 유일의 참여국이라는 프리미엄도 사라지는 게 아쉬울 수 있다. 

일본의 의도가 어떠하든 글로벌 주요국 회합의 확대 필요성은 충분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의 합류 의사를 묻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G7과 같은 기존의 체제는 현재의 국제 정세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G7의 기존 역할은 세계 경제의 향방과 회원국 간의 경제 정책을 비공식적으로 조정하고 논의하는 것이었다. 비공식적임에도 불구하고 회원국들의 경제 규모가 세계 경제의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점차 정치·외교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해왔지만, 정치·외교 분야에서는 대표성과 정당성에 문제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탄생시킨 게 G7에 한국 등 신흥 12개 시장국가, 그리고 유럽의회 의장국을 포함시켜 1999년 창설한 G20이었다. 하지만 이 협의체는 지역 안배를 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불안한 국가들이 포함됐고, 아세안과 아프리카연합 같은 지역연합 대표국들이 옵저버로 초청돼 글로벌 영향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G20은 특히 중국, 러시아 같은 사회주의 국가와 서방 국가들이 대립하는 바람에 주요 사안들에 대해 합의가 안 되는 결함이 있었다. 때문에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결국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영향력이 가장 강력한 미국이 G7 확대 개편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G7 확대 개편의 의미 또한 적지 않다. 추가 합류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국가 중 러시아 외에 한국, 호주, 인도, 브라질은 과거 제국주의 시대 피지배국들이었다. 이들 국가들은 제국주의 시대 지배국들로 구성됐던 기존 G7 국가들과 달리 글로벌 정세를 보는 시각과 이에 대처하는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패러다임 변화의 필요성은 이미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기존 주요국들의 대처가 부적절한 데서부터 드러났다.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위기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관습에 억매여 효과적인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나라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한국은 어떤 편견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새로운 글로벌 기준을 제시했고, 이 점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 외에도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는 바탕이 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기대도 클 것으로 예상하지만, 새로 합류할 국가들의 역할은 무엇보다 과거와 다른 세계 질서 확립이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 피지배국들의 입장을 대변할 ‘스피커’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례로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는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성노예 문제’도 하나의 주제로 다뤄질 수 있고, 따라서 보다 명확한 해결책 나올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일본이 한국의 참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G7의 확대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 것이 기존의 편협한 시각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각으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질서를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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