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러 위협 해소 위해 독일 감축 미군 배치 구애
정부, 트럼프 주한 미군 감축 위협 슬기롭게 대처해야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의 일부가 이웃 폴란드로 옮겨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향후 주한 미군의 변화 여부와 이에 따른 한국의 대응과 선택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 중인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 직후 “독일에서 감축한 9000여명의 미군 병력 중 일부를 폴란드로 재배치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주독 미군 병력의 폴란드 재배치는 트럼프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폴란드 정부의 적극적인 선택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의 두다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미군 병력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미군의 폴란드 재배치가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도와 의미가 있다. 우선 미국 입장에서는 주독 미군의 주둔 비용과 관련한 방위비 협상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 따른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독일을 비롯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중 2%를 달성하지 못한 나토 회원국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 왔다. 이번 재배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폴란드는 나토 국가 가운데 GDP 대비 국방비 지출비중 2%를 달성한 8개 국가 중 하나라고 극찬한 데서 독일에 대한 불만을 읽을 수 있다.

폴란드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있다. 폴란드에는 이미 4500여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주둔 미군을 확대할 경우 러시아의 위협을 감소시킬 것으로 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크림반도를 점령한 이후 상당한 공포를 느껴왔다. 이와 관련해 두다 대통령은 미군이 폴란드에 주둔하는 것은 안보를 위한 주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러시아에 대한 폴란드의 불안감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국들에 의해 3차례나 국토가 분할된 경험이 있는 것이다. 1772년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에 의해 영도의 4분의 1을 잃은 1차 분할에 이어 1793년 러시아와 프로이센이 단행한 2차 분할로 더 많은 영토를 빼앗겼다. 1795년 3차 분할 때는 모든 영토를 잃고 나라 자체가 소멸돼 제정 러시아에 복속됐다. 이후 1차 세계대전(1914∼18)과 러시아 혁명(1917)이 끝난 후 1918년 연합국에 의해 국가를 재건한 아픈 역사가 있다.

물론 미군의 폴란드 추가 배치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두다 대통령의 방미와 미군 재배치 논의가 오는 28일 예정된 폴란드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선 승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민주당은 물론 폴란드 야당 인사들도 이번 정상회담이 폴란드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주독 미군이 폴란드로 재배치될 경우 러시아를 자극할 수도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기존에 독일에 있던 미군 병력 일부가 자국에서 더 가까운 폴란드로 옮겨지는 게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문제는 주한 미군 문제와 관련해 독일과 비슷한 이유로 압박을 받고 있는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미국은 독일에서와 마찬가지로 방위비 인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주한 미군 철수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요구에 맞서는 독일과 주독 미군을 재배치하려는 틈을 타 대안으로 떠오른 폴란드를 보면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생각할 볼 게 많은 것 같다. 우리의 선택은 두 가지다. 북한의 위협을 상쇄시키기 위해 미국의 뜻을 따르던가, 아니면 자주성을 통해 남북화합과 평화 정착을 도모하던가. 

과거 폴란드의 아픈 역사는 상당 부분이 내부의 허약한 마인드에 기인했다. 15세기와 16세기 초까지 중동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던 폴란드가 쇠퇴한 이유는 귀족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외세와 결탁했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통해 미국과 일본의 일부 인사들이 우리의 자주성을 훼손하고 남북 화합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과거를 답습하는 외세의존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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