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국정 조사 요구 터무니없어…통일 훼방꾼 볼턴 실체 제대로 봐야

존 로버트 볼턴(John Robert Bolton)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갑자기 한국정치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볼턴의 회고록에 대한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가 티격태격하고 있는 것이다. 40년 동안 현실정치를 지켜본 필자에겐 이런 코미디는 난생 처음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볼턴의 회고록과 인터뷰 등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및 한미외교 막후에 일어난 비화를 폭로한 것과 관련, “청와대가 성실히 답변하지 않으면 국회 차원에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통합당의 국정조사 추진이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전 보좌관을 (국회)증언대에 세워야 하는데 이런 것이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전직 보좌관(존 볼턴) 책 한권 가지고 나라가 들썩거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볼턴은 누구인가. 1948년 11월 20일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맥도노 스쿨-예일대학교 법학대학원 법학박사를 취득한 뒤 UN주재 미국대사(2005–2006)와 국가안보보좌관(2018–2019년 9월 10일)을 지낸 미국 신보수주의자 중에서도 초강경 매파다. 한마디로 한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네오콘(neocons)이자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하수인’이 란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볼턴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은 미국의 대표적 네오콘인 폴 울포위츠(Paul Wolfowitz) 전 미 국방부 부장관(부시 행정부)이다. 당시 울포위츠가 ‘이라크가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으며,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허위정보를 퍼뜨려 이라크 전쟁을 주도했을 때, 그의 밑에서 일한 국무부 군축담당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바로 볼턴이다. 당시 울포위츠는 ‘악의 축’ 개념을 만들어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군산복합체 이익에 크게 기여했던 인물이다.

또한 이들은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를 조장했던 장본인들이다.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9·19공동성명’을 위한 북한과의 협상과 관련해 “그들(네오콘)은 북한을 자신들의 최후 투쟁 상대로 만들려고 했다”면서 대북 협상 곳곳에서 네오콘의 견제와 방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2005년 9월 19일 제4차 6자회담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와 IAEA(국제원자력기구)로 복귀한다는 약속을 한 ‘9·19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하루 만에, 미국 재무부가 BDA(Banco Delta Asia) 제재를 단행해 남북관계를 파탄시킨 배후에 당시 주유엔미국대표부 대사였던 볼턴이 있었다.

볼턴은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직후인 2018년 4월2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은 리비아식 모델(선 폐기-후 보상의 일괄타결 비핵화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파탄시키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었다. 그의 목적은 오로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파탄시켜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를 조장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에게 무기를 팔아 돈을 버는 미국 군산복합체를 도와주는데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리비아식 모델’은 북한이 극도로 경계하는 비핵화 모델이다.

오죽했으면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관계 교착의 책임을 볼턴에게 돌렸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미친 존 볼턴이 ‘디페이스 더 네이션’(Deface the Nation)에 나가 북한을 위해 리비아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을 때 다 망했다. 나와 잘 지내고 있었던 김정은은 그의 미사일처럼 분통을 터뜨렸고 당연한 일”이라고 올렸다. 그러면서 “그(김정은 위원장)는 볼턴을 근처에 두고 싶어 하지 않았다. 볼턴의 멍청하기 짝이 없는 모든 주장이 북한과 우리를 형편없이 후퇴시켰고 지금도 그렇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볼턴에 대해 “미쳤다(crazy)”며 “그는 다른 사람들 때리기만 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볼턴은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티븐 비건(Stephen Biegun) 당시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과 협상 끝에 마련한 합의문 초안을 보이콧함으로써 회담 결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회고록(The Room Where It Happens :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나는 비건 대표가 만든 합의문 초안을 보이콧했다”며 “하노이로 가는 중에 후커 보좌관에게 초안을 받았다. 미국 쪽의 사전 양보만 열거한 채 대가로 북한 쪽으로부터는 모호한 비핵화 성명만 넣은 것이었다. (나는) 펜스 부통령과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등에게 연락해 이를 채택하지 못하게 사전 작업까지 했다”고 회고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파탄시키고,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며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해온 볼턴의 회고록 내용을 놓고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통합당을 보고 있자니 말문이 막힌다. 통합당은 탈북민 태영호 의원을 영입했듯이, 22대 총선에 볼턴을 영입해서 서울 강남에 공천할 생각인가. 아니면 지금 당장 볼턴을 통합당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싶은 것인가. 통합당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지 묻고 싶다. ‘전쟁의 광기’를 번득이며 친일행각을 일삼는, 비이성적인 외국의 전직 관료 발언이 과연 대한민국 국회의 국정조사의 꺼리가 되는 것인가. 볼턴은 대한민국 국익은 물론 한반도 평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치졸한 훼방꾼’일 뿐이다. 제발 볼턴의 실체를 바로 보기 바란다. 미국 대선전에 관여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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