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연, 세금으로 술판 벌이면서 제대로 된 사과 없어

▲사과공지 없는 소상공인연합회 홈페이지.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공연)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방역대책을 어기고 술판을 벌였다는 논란이 일면서 비판 도마에 올랐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현실과 동떨어진 추태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지만 회원들에게 사과문을 보냈다는 사실 말고는 홈페이지에 그 흔한 사과공지 하나 올라오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방안 부결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나타냈던 소공연이 정신줄을 놓은 듯한 구태에서는 반성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다. 공무원들이 월급까지 반납해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예산 확보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이 단체에 해마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다는 사실까지 재조명되면서 그 필요성에 대한 물음표가 이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소공연은 지난달 25일부터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전국 지역조직 및 업종단체 교육·정책 워크숍'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전해진 영상에서는 걸 그룹이 등장하고 마스크 없는 참가자들이 술판을 벌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현재 수도권 코로나19 감염자가 꾸준히 나타나고 그동안 잠잠했던 지방에서도 집단감염이 본격화되면서 2차 감염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시국에서 공개된 소상공인연합회 워크숍 모습은 거세 비판 여론을 불러왔다. 성난 누리꾼이 쇄도한 소공연 홈페이지는 마비됐고 페이스북 등에도 일반 국민과 소상공인의 불만이 잇따랐다.

▲소상공인을 지원을 위해 설립된 단체들이 추태로 얼룩지면서 이들 단체의 존재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방역대책을 어기고 술판을 벌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MBC가 보도한 지난달 25일 소상공인연합회 워크샵 행사 영상 캡쳐.

이에 배동욱 소공연 회장은 회원 사과문을 통해 “사려 깊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방역대책을 철저히 준수했다”며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마치 워크숍 행사 전체가 여흥 위주로 흐른 것처럼 이번 행사 자체를 깎아내리는 일부 매체의 보도가 있었다"며 언론 탓을 하면서 비판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일부 행사라 치더라도 영상과 해명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소공연의 추가 해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애초 공식 해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던 이날 오전 최저임금 관련 기자회견도 돌연 취소됐다. 소공연의 한 관계자는 “배 회장 해명 그대로”라며 “내부적으로 좀 더 숙의를 하자는 의견이 많아 기자회견은 취소했다. 홈페이지가 마비돼 사과문을 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홈페이지가 되살아난 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사과나 해명 공지는 올라오지 않고 있다.

소공연은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한다고 자처해온 법정 단체로 지난해 최저임금을 이유로 정치참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여론의 관심을 받았다. 이 단체엔 2015년 5억원, 2016년 10억원, 2017년 15억원, 2018년 25억원 2019년 29억원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됐다. 이렇게 지급된 혈세가 연예인을 부르고 술판을 벌이는데 사용됐다는 이야기다. 이번 사태에 대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집중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치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나 고위관료 퇴직 후 실업구제소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단체나 기관이 적지 않았다”며 “정부는 혈세 지원 대상 심사와 관리감독을 강화해 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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