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행사 안돼…정교한 소비촉진 대책필요

정부는 지난달 중순 코로나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는 방안의 하나로 전국적으로 소비를 촉진시키고자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6월 26일부터 7월 14일까지 약 3주간 열리는 행사에는 가전, 자동차,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제조와 유통 대기업은 물론이고 주요 온라인 쇼핑몰, 전국의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 등 거의 모든 경제주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로 기획됐다.

코로나 사태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의 효과마저 반짝 경기 상승으로 사라진 마당에, 정부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또 다른 대안을 발 빠르게 마련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동행세일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준비부족과 홍보부족으로 인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더욱이 몇 달 후 열릴 예정인 코리아세일페스티벌(코세페)와 차별화되지 않는 재탕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동행세일’이라는 검색어로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행사의 첫째 주에는 ‘현장의 썰렁한 분위기’라는 주제가 가장 많이 떠오르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할인행사를 보러온 손님들로 그나마 북적인 편이었으나, 전통시장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썰렁하기만 하다는 것이 요지다. 더욱이 전통시장의 상인이나 방문한 손님 모두 동행세일 행사 기간이라는 사실 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동행세일에 633개 시장, 12만여 개 점포가 참여했는데 수가 많다 보니 일일이 홍보할 수 없었다”고 시인했다. 행사의 규모에만 신경 쓰다 보니 진작 중요한 내실을 놓친 셈이다.

행사의 둘째 주에 들어서면 동행세일과 코세페를 비교하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매년 하나마나한 행사로 끝나는 코세페처럼 동행세일도 이와 비슷할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코세페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난해부터 민간이 주도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정부 주도의 행사이기 때문에 업체들이 마지못해 참여한다는 인상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참여업체들도 구색 맞추기로 할인 상품을 내놓다보니 실질적인 혜택이 적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동행세일 또한 정부가 주도하다 보니 정작 축제의 중심이 되어야 할 상인과 소비자는 시큰둥하고 주최하는 정부만 신나는 모양새다. 제 2의 코세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외치고 있지만 아무래도 두 행사는 닮은꼴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행세일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지대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동행세일 행사장을 찾은 자리에서 “지금은 소비가 애국”이라고 강조하면서 힘을 보탰다. 장관들은 한술 더 뜨고 있다. 온라인 방송에 경쟁적으로 출연해 각종 제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직접 진행하고 있다. 부총리를 비롯해 산자부, 중기부, 해수부, 여가부 장관 등이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 제품들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행사의 성공을 위해 장관들이 발로 뛰는 모습이 보기에는 좋다. 하지만 장관들의 완판 행진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불편하다. 참여업체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전통시장과 소규모 업체들은 행사의 들러리로 전락한 마당에, 장관들의 완판 소식은 또 다른 그들만의 잔치로 느껴 질 뿐이다. 심지어는 장관들의 완판을 위해 납품업체들이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마저 든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침체된 소비를 되살리겠다고 동행세일을 기획한 정부의 취지가 이해는 되지만 방향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온라인업체들이 이번 행사로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원호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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