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셧다운 개입 의혹 일지만 제주항공은 부인
‘살인 가습기살균제’ 사건 때도 검찰 수사 뒤에야 사과

▲이스타항공에 채무 해결을 압박한 제주항공이 사실은 이스타항공 상황을 악화시킨 셧다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거짓말 논란이 커지고 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중단 및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이스타항공에 채무 해결을 압박한 제주항공이 사실은 이스타항공 상황을 악화시킨 셧다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제주항공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제주항공이 고의로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몰았다고 분노하고 있다. ‘살인 가습기살균제’를 팔아 떼돈을 벌고도 거짓말로 일관하던 애경그룹의 진면목이 이번 사건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노조는 지난 6일 이석주 전 제주항공 사장과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의 통화 녹취록, 양사 경영진의 회의록 등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제주항공이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고의로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에선 제주항공이 ‘셧다운’ 등 이스타항공 경영에 개입하고 250억원대 추산되는 체불임금도 지급하겠다는 정황이 담겨있다. 이는 기존의 제주항공이 주장해온 것과 다르다.

제주항공은 이에 대해 구조조정이 주식매매계약서 체결 이전부터 준비된 사안이라고 반박하는 등 부인하고 있지만 노조는 “제주항공의 이익을 위해 이스타항공을 희생해 자력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박탈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9일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부터는 그나마 남아있던 국내선까지 아예 운항을 중단하는 '셧다운'에 돌입했다. 매출이 떨어지면서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심화됐고 직원들 급여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후 제주항공은 최근 “3월 이후 발생한 체불임금 등 채무에 대해 영업일 기준 10일 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계약은 파기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성 공문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자칫하면 애경도 같이 위험해진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 인수로 항공명가로 도약하겠다는 그의 입장이 이제는 인수에 대한 우려로 바뀐 셈이다. ‘달면 먹고 쓰면 뱉는’ 장사꾼 기질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일각의 평가다.

현재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사실상 인수의지를 접은 것이란 분석이 강하다. 월급도 못주는 상태인 이스타항공이 채무를 자력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수 포기시 뒷감당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당장 정의당은 제주항공의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은 “"애경 계열사 제주항공이 코로나19 어려움 속에서 지금 상황을 악용해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폐업시키는 쪽으로 간다면 정의당을 비롯한 정치권도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황이 달라졌다며 발을 뺀 제주항공에 대한 정부 지원도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은 여러모로 ‘가습기메이트’ 사건을 연상시킨다. 애경은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메이트’ 수십만개를 팔아치웠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 제품을 사용하다 폐질환에 걸린 사람은 1500명에 이르고 이 중 250여명은 사망했다. 하지만 애경은 피해자들에 제대로 된 사과없이 모르쇠로 일관하다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되고 그동안의 거짓말이 드러나고서야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판에선 가습기메이트와 사상자 발생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 애경이 SK케미칼과 가습기메이트 단독 사용으로 인한 폐질환자들과 합의한 것도 법적인 책임을 전제한 ‘배상’이 아닌 ‘피해지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배상 문제를 위로금으로 몰아가고 있는 일본 정부와 비슷하다는 것이 누리꾼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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