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부 재포장에 기술 개발 범위 너무 넓어
글로벌 경쟁력 갖추기 위한 인력확보 방안도 없어

정부는 지난 9일 첨단산업 세계 공장 도약을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2.0 전략’을 발표했다. 발표된 전략에 ‘2.0’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에는 나름 의미가 있다. 지난해 8월5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내놓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이 대외의존형의 산업구조 탈피(국산화)에 초점이 맞추어진 ‘소부장 1.0’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전략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통해 이들을 수출 핵심 산업으로 키우는 ‘소부장 2.0’로 한 단계 진화하겠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정부가 ‘2.0 전략’을 발표하게 된 배경은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단행으로 우려됐던 규제 품목의 수급 차질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국내 소부장 산업의 자립화(국산화)를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정부가 차세대 첨단기술의 기반이 되는 소부장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소부장 2.0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지난 1년간 국내 수급과 생산에 단 한건의 차질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수출 규제 3대 품목 중에서 불화수소의 경우 불산액 생산은 2배로 늘었고 불화수소가스는 자체생산을 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미국의 듀폰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폴리이미드도 자체 기술을 확보해 국산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실 지난해 일본이 핵심 소재·부품 제품에 대해 수출 규제를 단행했을 때 우리나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도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정상화하는 데 최소 3~5년은 걸릴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충격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대단한 성과라 자부할 만하다.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성공적으로 대응한 결과가 ‘소부장 2.0 전략’까지 이르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과거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 ‘수입대체 시기’를 거쳐 ‘수출 주도형 경제’로 나아가는 모습과 비슷한 구조로 이해된다. 그런데 발표된 2.0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찬찬히 살펴보면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이 눈에 띈다.

첫째, 기존의 성공이 기업과 정부의 총력 대응에 있지만 ‘절실함’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상황 인식이 단기적으로 위기를 넘기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따라서 정부가 지난 1년간의 성과를 가지고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에 대응하는 중장기 전략을 내놓기에는 다소 일러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GVC 재편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래를 선점한다는 명분으로 너무 서둘러 정책을 발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중장기 전략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번에 발표된 2.0 전략은 소부장 산업뿐만 아니라 차세대 산업 전반에 걸쳐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을 담고 있다. 이전에 발표된 혁신성장 정책의 일부가 재포장해 나타나 산만하기까지 하다. 사실 정책 대상을 기존 100대에서 차세대 기술을 포한한 338+α개 품목으로 확장한 것은 ‘소부장 산업 육성’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전략의 범위가 너무 넓으면 자칫 하나마나 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핵심 소재·부품을 선정해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전략이 우선되어야 한다.

셋째, 소부장 으뜸 기업 100개 육성은 이번에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2년까지 기술개발에 5조원 이상 집중 투자해, R&D 비중을 올해 3%에서 2023년까지 10%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소부장 으뜸기업이 되기 위해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을 타개할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소부장 2.0 전략’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소부장 산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다 집어넣고 있다. 정부에서 말하는 ’소부장 1.0 전략‘과 ’소부장 2.0 전략‘은 연속성을 없는 완전히 다른 전략이다.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핵심 소부장 산업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방안이 다시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호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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