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등 약소국 문화재 약탈하고도 사과나 반환하지 않아
성소피아 모스크 전환 약탈문화재 반환 시발점되어야

최근 터키 최고행정법원이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인정해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 중인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대성당에 대해 박물관 지위를 취소하고 모스크로 전환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자 박물관인 성소피아 대성당을 모스크로 활용하겠다는 터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무엇보다 전세계 기독교계의 반발이 거세다. 과거 이 성당을 총본산으로 하던 정교회 지도자들은 물론, 로마 교황청에서도 이의를 제기하며 터키 정부의 번복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정교회 교구인 러시아 정교회는 터키 법원의 결정이 수백만 정교회 신자들의 우려가 무시됐다고 비판했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성소피아를 떠올리며 깊은 슬픔에 잠긴다"고 말했다. 세계 정교회 지도자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도 유감의 뜻을 표하며 터키 정부의 결정을 비난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 성당의 모스크 전환에 대해 기독교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이 성당이 과거 기독교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이 성당은 기독교 공인 초기인 4세기 초 처음 건축된 뒤 두 차례의 소실을 딛고 동로마의 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인 537년 세 번째로 재건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만큼 초기 기독교 역사를 떠받치는 귀중한 유산이다.

이 성당이 기독교 유산이면서도 이슬람 신자가 97%에 이르는 터키의 소유가 된 데는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다.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이 1453년, 당시 동로마제국의 수도이자 콘스탄티노플로 불리던 이스탄불을 함락시키고 이 성당을 차지했던 것이다. 이 성당은 콘스탄티노플 함락 직후 모스크로 전환돼 수백 년 동안 사용되다 터키 공화국 건국 이후인 1934년 박물관으로 개조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한해 400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한 이 성당은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에르도안 대통령의 뜻에 따라 86년 만에 다시 이슬람 모스크라는 종교 시설로 돌아가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에르도안은 모스크로 전환되더라도 하루 5차례의 예배시간 외에 관광객들이 입장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그의 의지를 확인한 기독교계에서는 이 성당이 이슬람 모스크로 사용될 경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하고 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이유는 어쩌면 그들 입장에서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저급한 논의보다는 차제에 시각을 넓혀 이 문제가 약탈 문화재 반환이라는 또 다른 차원의 논의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성소피아 성당에 대한 터키 정부의 결정이 전적으로 옳은 건 아니지만 기독교계 주장이 더 큰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그들도 똑같은 잣대로 문화유적 보존이나 문화재 반환에 대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날 약탈 문화재의 대부분은 그들이 가져간 것이다. 영국의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이나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많은 유물들은 그들의 것이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 약탈해 간 것들이다. 성소피아 성당의 모스크 전환을 비난하는 기독교권의 태도가 이율배반적이라는 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들의 약탈을 예로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 세계문화유산 1호인 파르테논 신전 전면부의 장식조각은 그리스가 아닌 영국 박물관에 가야 실물을 볼 수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성당 전면을 장식하고 있는 4마리의 청동말 조각상은 원래 콘스탄티노플에 있던 것이다. 이집트를 상징하는 오벨리스크 기둥은 프랑스 콩코드 광장에도 있고,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소피아 성당의 모스크 전환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고 하지만, 역대 어느 교황이 오벨리스크를 이집트의 원래 위치에 돌려주자고 한 적이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세계적으로 수백만 점의 문화재가 약탈돼 타국에 있다는 게 정설이다. 우리만 해도 10여만 점의 문화재가 약탈돼 타국에 있다. 일본에만 6만여 점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성소피아만 문제 삼으면 문제 해결은 안 될 것이다. 문제 해결은 자신들의 잘못 인정하고 되돌려 놓을 때 가능할 것이다.

이전에도 유네스코 등이 약탈 문화재 반환을 위해 협약을 제정한 적도 있지만 강제력이 없어 분쟁이 끊임없이 벌어져 왔다. 하지만 문화재는 만들어진 장소에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닌다. 불법적으로 빼앗아간 문화재는 원소유국에 반환되어야 한다. 남의 문화재를 약탈해간 나라들의 결자해지만이 답이 될 것이다. 서구 기독교권이 수치스러워 하는 성소피아 대성당의 모스크 전환 문제가 그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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