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회장은 자가 격리, 소공연 회장은 ‘세금 술판’
임기 채우기 아닌 소상공인 위해 무엇 할지 고민해야

우리나라에서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단체를 두 개 꼽는다면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공연)와 한국외식업중앙회(이하 외식업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700만 소상공인의 대표성을 띄고 있는 소공연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지난 2014년 설립된 법정 경제단체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외식업을 경영하는 50여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국내 최대 민간 직능단체로, 올해 설립 65년이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소상공인과 외식업체는 직격탄을 맞았다. 폐업이 늘고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두 단체장의 행보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면서 소상공인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외식업회의 제갈창균 회장은 코로나 사태 발생 이 후 언론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제갈 회장이 언론에 나서는 것을 즐기지 않지만, 회원사들의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여기저기 얼굴을 들이밀며 지원을 호소할 법도 하련만 두문불출이다.

제갈 회장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외식업중앙회에 문의해 봤다.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누가 외식을 하겠느냐”며 “회장님이 자신도 재택근무를 할 테니 임직원들도 최소한의 인원만을 남기고 모두 재택근무를 하도록 지시하셨다”는 상상 이상의 답변이 돌아왔다.

제갈 회장은 회원사들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외식업회 회장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자진해서 자가격리에 들어간 셈이다. 제갈회장은 외식업회 창립 이래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인물이다.

소공연 배동욱 회장은 이와 달리 외연 확대다. 배 회장은 지난 6월 워크숍 진행 명목으로 전국의 회원 수백명을 평창으로 불러 모아 세금으로 걸그룹을 불러 놓고 술판과 춤판을 벌였다. 여러 차례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연임할 수 있도록 지지세를 넓히기 위해 무리한 워크숍을 진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배 회장은 ‘세금 술판’ 사태를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그로 인한 여론의 질타는 더욱 거세졌다. 워크숍에 불렀던 걸그룹도 소상공인이라고 해명한데 이어 부인과 딸이 운영하는 꽃집에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서도 “아내와 딸도 소공연 회원”이라고 변명했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로 인해 배 회장은 회장 자격 시비에 휘말리며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당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들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 신세와 다름이 없다. 협회장들의 지도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제갈 회장이 외식업회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이유는 자신을 낮추고 책임을 다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배 회장에게 필요한 덕목도 책임감이다. 배 회장은 임기 채우기가 아닌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을 위해 무엇을 할지 자문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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