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으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가능성
힘의 과시보다 정정당당 승부 겨루는 화합의 무대 되어야

인류의 축제라는 올림픽이 천덕꾸러기가 된 느낌이다. 올해 열릴 예정이던 도쿄 하계올림픽은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된 가운데 내년 역시 정상적으로 개최될지가 불투명하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미·중 갈등으로 인해 미국이 보이콧할 수도 있어 정상적인 개최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도쿄 하계올림픽의 전개 상황은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라 앞으로의 전개에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만약 미국이 실제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에 동조하거나 미국의 압박을 받는 여러 나라들 또한 참여를 망설일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나라가 많을 것이라는 근거는 많다. 단적인 예가 중국 화웨이의 5G 장비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를 따르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미국은 화웨이에 미국 기술이 이전되지 못하도록 수출규제를 가하는 동시에 한국 등 동맹국들을 상대로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하면 기밀이 중국으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사용하지 말도록 압박해왔다.

결국 최근 프랑스는 사실상 2028년까지 중국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를 자국 이동통신망에서 퇴출하기 위한 조치를 이통사들에 통보했고, 앞서 주요 이통사들이 화웨이 기술에 크게 의존해온 영국도 내년부터 화웨이의 장비 구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도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이는 결국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강력한 대중 공세를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올림픽 보이콧이 처음은 아니다. 가장 대규모이자 대표적인 보이콧은 1차 냉전 중이던 1980년대에 발생했다. 1980년 모스크바 하계올림픽 때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항의 표시로 미국을 비롯한 65개국이 불참했고, 1984년 LA 하계올림픽 때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14개국이 불참했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신냉전 상황 때문이라 분석하기도 한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는 미국측 인사들이 내세우는 이유가 중국의 인권 문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대중국 강경론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미 지난 2018년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상황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권 박탈을 주장한 바 있고, 최근에는 릭 스콧 상원의원이 2021년 1월까지 인권상황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으면 개최국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기까지 했다.

인권 문제를 떠나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는 미중의 대결을 보면 올림픽 보이콧 현실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양국은 서로 외교공관을 폐쇄하는 절차를 밟으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21일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중국 영사관에 '72시간 내 폐쇄' 명령을 내린데 이어 중국도 우한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조만간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갈등을 부추기고 대결하는 구도가 올림픽을 매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의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탄생한 근대올림픽의 이상을 완전히 무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894년 창설돼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는 근대올림픽이 이처럼 이념과 정치에 함몰된 강대국들이 힘을 과시하는 매개체로 이용된다면 앞으로 올림픽의 존재 가치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까지 보아왔듯 애초의 희망과는 달리 올림픽이 정치 무대화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인류 화합에 기여한 올림픽의 순기능 또한 적지 않았다. 적어도 올림픽만큼은 정치와 이념, 힘의 과시를 배제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결정짓는 화합의 무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근대 올림픽을 창설한 피에르 쿠베르탱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멋지게 싸우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들도 되새겨보길 바란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