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쿠팡 성장 전략 답습…5000원짜리 배달료가 1만6000원
배민, 자본력 따라 시장 재편 위기감으로 M&A받아들였다는 시각도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경기 전반이 불황을 겪고 있지만 배달 시장은 성장세다. 위기가 기회인 셈이다. 배달 시장은 배달의민족(배민)이 시장을 선점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이츠가 잇따라 뛰어들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배달시장의 성장과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쿠팡이 배달앱 시장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사진은 쿠팡 인천1물류센터. 사진=쿠팡 제공

[중소기업신문=김흥수 기자]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코리아가 운영하는 요기요는 주문금액의 12.5%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지난해 4월 수수료 체계 도입을 추진할 때 책정한 수수료(5.8%)의 두 배가 넘는다. 배민은 다른 업체들에 비해 낮은 수수료를 책정하고도 '수수료 인상'이라는 뭇매를 맞고 월정액 모델로 돌아갔다. 1만원짜리 김치찌개가 배민으로 주문이 들어올 경우 식당 주인은 580원의 수수료를 내지만, 요기요를 통해 들어오면 1250원을 내야 한다.

문제는 쿠팡이츠나 요기요처럼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두 배 이상 높은 업체들은 수익금을 쿠폰이나 할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소비자에게 보내는 소위 '쩐의 전쟁'을 할 여력을 갖게 되지만, 수수료를 낮게 받는 업체들은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시장이 플랫폼업체의 자본력에 따라 재편되는 것이다.

요기요는 지난 6월2일 공정위로부터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68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요기요에 입점한 음식점을 대상으로 자사앱 주문이 아닌 다른 판매 경로에서 음식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위를 못 하게 한 혐의다.

지난해 론칭한 쿠팡이츠는 올해 6월 서울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급성장 중에 있다. 쿠팡이츠의 대약진은 배달 앱 시장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배달 앱 시장에서 쿠팡 이츠의 점유율은 약 1% 정도로 알려져 왔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5%대 이상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이츠의 주문량이 배민 서울 주문량의 10~1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3일 쿠팡이츠가 배달원에게 지급한 배달수수료. 쿠팡이츠는 최대2만원까지 배달료를 지급했다

쿠팡이츠의 급성장 비결은 쿠팡의 최저가 성장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쿠팡은 연간 수천억원의 영업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최저가 판매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물류와 상품매입 등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고객 확보와 시장 영향력 확대에 중점을 둔 성장 전략이다. 이는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승자독식’을 노리는 모습이다.

쿠팡은 최근 쿠팡이츠 배달원에게 주는 배달팁에 거액의 투자를 시작했다. 배민이나 요기요는 배달원에게 배달 한 건당 3000원 가량 주지만 쿠팡이츠는 6000원 이상 주는 경우가 많다. 프로모션을 기획해 배달 건당 1만6000원을 지급한 날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배달원은 5000원짜리 짜장면 한 그릇을 배달하고도 배달료로 짜장면 값의 3배에 달하는 1만6000원을 받은 셈이다. 

쿠팡이 쿠팡이츠 배달원에게 ‘실탄’을 쏘기 시작한 이유는 ‘배달 품질’이기 때문이다. 음식맛과 같이 음식점의 본원적 경쟁력은 플랫폼이 좌우할 수 없지만 신속 배달은 플랫폼의 핵심 차별 포인트로 작용한다. 다른 앱에서 1시간 걸리는 배달을 20~30분 안에 가져다주면 이용고객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쿠팡은 1개의 주문에 1명의 배달기사를 배정하는 시스템을 차별점으로 내세우며 배달 앱 시장 내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배민의 경우 라이더들이 최대 5개의 음식배달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한번 움직일 때 인근 주문 5건을 배달완료하면 1만5000원을 버는 구조이다. 쿠팡이츠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신규 고객 유치 경쟁을 주도하자 기존 서비스 업체들도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음식 배달 시장은 연간 70% 이상 급성장하고 있지만 온라인 유통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진입 장벽이 낮을 뿐더러, 막대한 자금을 가진 업체가 언제든 후발주자로서도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분야이다. 배민이 DH의 인수 합병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배달 업계가 ‘쩐의 전쟁’으로 치달으면 자본력이 취약한 배민으로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커머스 업계에서 후발주자였던 쿠팡은 ‘쩐의 전쟁’을 통해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G마켓과 옥션 합병 당시 시장점유율이 87%에 달했지만 10년도 채 안 돼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그러나 쿠팡이츠가 차별화 서비스로 내세운 ‘1주문 1배달’은 단기적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지만, 빠른 배달만을 강요하며 배달기사의 안전이나 처우에 대한 불만은 뒷전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피자업계가 ‘30분 배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쿠팡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시장을 지배한 이면에 노동착취가 자리 잡고 있다. 쿠팡의 성장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쿠팡이츠도 이런 오명을 쓸지 시장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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