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소비자·입점업체·배달사원에 파격적 ‘돈 마케팅’
배민 등 기존 업체와 시장점유율 놓고 치열한 쟁탈전 돌입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경기 전반이 불황을 겪고 있지만 배달 시장은 성장세다. 위기가 기회인 셈이다. 배달 시장은 배달의민족(배민)이 시장을 선점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이츠가 잇따라 뛰어들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배달시장의 성장과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쿠팡이츠가 소비자와 입점업체, 라이더에게 엄청난 현금성 투자를 진행하면서 배달의민족 등 기존 업체와 치열한 영토 빼앗기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진은 서울 송파대로 쿠팡 본사 모습.

로켓배송을 앞세워 국내 e커머스 시장의 최강자로 올라선 쿠팡이 지난해 5월 론칭한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비스 초기에는 배달 지역이 서울 강남 3구에 한정됐지만, 론칭 1년여 만에 서울 모든 지역과 수도권으로 서비스 권역을 넓히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쿠팡이츠는 서울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요기요를 압도하는 수준의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상시 이벤트 쿠폰 외에 첫 주문 고객에게 음식값 수준인 7000원, 1만5000원 상당의 고액 쿠폰을 뿌리면서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광고를 모바일과 지하철, 버스 등에도 대대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다.

배달비 또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업계 1위 배민의 배달비는 건당 3000원이고 배달거리가 늘어나더라도 4000원 수준인데 반해 쿠팡은 4000원 이하의 배달비를 지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점심과 저녁 등 피크시간에 쿠팡이츠 배달원이 받는 배달비는 5000~7000원 수준이며, 거리가 늘어나면 1만원이 넘기도 한다.

게다가 쿠팡이츠는 입점 음식점들을 상대로 '건당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수수료를 제안하고 있다. 통상 음식 주문 한 건의 객단가가 2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저렴하게 5%의 수수료를 매기는 것이다. 이는 쿠팡이 올해 적자 폭을 크게 줄이면서 실탄을 쿠팡이츠의 마케팅에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건당 1000원'이 프로모션 기간에만 적용하는 특별 수수료율이라는 점이다. 프로모션이 끝나면 음식점들은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주문액수의 15%를 수수료로 내야한다. 여기에 건당 5000원의 배달료와 결제망 사용에 따른 PG 수수료도 따로 내야한다. 건당 1000원의 유혹 뒤엔 수수료 15%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 쿠팡이츠는 '중개수수료 1000원'이라는 프로모션을 통해 입점업체를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모션이 끝나면 입점업체는 15%의 중개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사진은 쿠팡이츠 입점업체 사장님 홈페이지 캡처

업자들은 쿠팡이츠 입점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건당 1000원에 끌려 입점하고 나면, 쿠팡 측에서 언제든 프로모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일단 입점한 뒤 주문이 들어오고 나면 다시는 그 앱을 나가기가 어렵다"며 "그걸 알면서도 입점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2020 상반기 대한민국 모바일 앱 시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6월 안드로이드OS 기준 배달 시장 월 사용자 수는 배민이 970만1158명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요기요(492만6269명)와 맥도날드 맥딜리버리(40만9039명), 쿠팡이츠(39만1244명), 배달통(27만2139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시장점유율을 확인할 수 있는 1인당 월평균 앱 사용일수를 들여다보면 내용이 달라진다. 배민이 6.8일로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요기요(4.3일), 쿠팡이츠(4일)가 뒤를 따랐다. 서울지역에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이츠가 론칭 1년 만에 선두주자를 따라잡고 있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조단위 적자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로켓배송 서비스를 구축했던 것처럼, 쿠팡이츠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업주와 고객, 라이더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쿠팡이츠를 통해 음식배달 뿐 아니라 민간인 배달원(쿠팡이츠 쿠리어)를 통한 초소량, 신속 배달 분야에도 사업 규모를 키워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쿠팡이츠가 등장할 때만 해도 배민과 요기요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크게 주목하지 않았고, 심지어 쿠팡 스스로도 쿠팡이츠가 베타 서비스 수준이라고 언급했다"며 "그러나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쿠팡이츠가 음식점 업주와 고객, 라이더에 엄청난 현금성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배달앱 시장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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