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역할 감소로 일본 등 주변국 자금·기업 유치 위해 총력
정부, 서울도 경쟁력 갖춘 만큼 규제완환 등 지원책 마련해야

중국의 홍콩 보안법 강행으로 미·중 갈등이 다시 불붙는 양상이다.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철회하는 행정명령과 홍콩 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와 은행을 제재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 홍콩은 그동안 누려왔던 특별한 경제적 혜택이 사라지면서 중국의 여러 대도시 중 하나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홍콩 특별대우란 1992년 미국이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홍콩을 중국과 달리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 것을 말한다. 홍콩이 고도의 자치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관세, 비자 발급, 투자, 무역 (특히 민감한 기술 제품의 수출) 등에서 특별대우를 한다는 것이다. 1997년 반환 이후에도 홍콩이 글로벌 무역·금융 허브의 지위를 굳건하게 지킬 수 있었던 이유도 ‘고정 환율제(홍콩달러 페그제도)’와 더불어 미국이 부여한 ‘특별지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배후에 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경쟁력이 있는 두 제도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정환율제가 홍콩을 국제 금융 허브로 만들었다면, 무역·투자 특별지위는 글로벌 교역 중심지로 거듭나게 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 통과로 인한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홍콩의 국제경쟁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은 지금까지 홍콩에 대해 중국 본토(25%)보다 낮은 1.7~2.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해 왔으나, 앞으로는 홍콩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세계를 이어주던 교역 중심지로서의 이점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특별 홍콩에 지역 본부를 두고 있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별대우가 사라진 마당에 값비싼 임대료와 물가를 감당하면서 홍콩에 비즈니스 센터를 운용할 매력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기업의 약 30%는 지역 거점을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 주변국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홍콩 이탈이 계속된다면 고급 인력의 유출 또한 가속화되어 무역 거점으로 홍콩의 역할은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홍콩 금융시스템의 핵심인 홍콩달러 페그제는 굳건한 모습이다. 최근 들어 미국이 달러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홍콩달러-달러 페그제도’를 위협하고 있지만 동요하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공격에도 시장에서는 홍콩달러 수요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으며, 홍콩 금융당국도 4400억달러에 달하는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홍콩달러를 시중에 방출해 환율 안정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홍콩달러 페그제가 지속되는 한 금융 허브의 역할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홍콩 국제경쟁력의 양대 축인 무역 거점 기능은 급격하게 위축되는 반면, 금융 허브의 역할은 당분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 금융 허브의 위상도 이전과 같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포스트 홍콩을 겨냥해 하이난도(海南島)를 국제 금융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홍콩의 미래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 달려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홍콩을 경제적 가치보다는 체제 위협의 요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관점을 버리지 않고 있어 홍콩의 글로벌 경쟁력은 점차 소멸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에서 홍콩의 역할 감소가 예상되면서 주변국들은 손익계산서를 두드리고 있다. 대만과 싱가포르는 홍콩에서 이탈하는 자금과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분주하다. 일본도 글로벌 금융 허브 경쟁에 뛰어 들면서 법인세 감면, 임차료 경감, 단기 비자 면제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우리 기업의 홍콩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분석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의 아시아지역 디지털뉴스본부가 서울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것은 우리나라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1000여개의 글로벌 금융제조 기업들을 우리나라에 유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보다 강화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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