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브랜드·자존감 높아지지만 남북관계 등 외교는 힘들 듯

코로나19가 일상(日常)을 바꿨다. 상상할 수 없었던 충격적인 대형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 어려운 경제에 부동산 문제마저 마침내 곪아 터졌다. 가장 어두운 대목은 청년에게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럿이 어깨동무하며 손에 손을 잡고 살던 시절은 추억으로 남게 됐다. 

국민 모두는 답답하다. 더 이상 희망은 없는 것인가. 청년들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일부 민족종교가 말하는 후천세계의 길목이어서 이처럼 난세인가. 과연 국운(國運)은 어디로 가는가?

얼마 전 필자는 서울 도봉산 밑으로 이사를 하면서 책들을 정리했다. 1970~80년대 책들은 따로 모았다. 그 과정에서 함석헌백낙준유진오한경직이희승 등 ‘최고지성15인과의 사상대화’라는 부제가 달린 ‘높은 산 깊은 골에(1983년, 백성남)’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베트남전에서 미국의 패배 등을 예언했던 탄허(呑虛) 스님과의 대담(對談)도 실려 있었다.  

탄허는 “미래역(未來易)인 정역(正易)의 원리에 따르면 ‘북빙하의 해빙으로 시작되는 정역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전제하며 “인류는 비극적인 운명을 겪게 된다”고 예견했다. “일본 영토는 3분의 2가 바닷물로 덮일 것이다”, “서해안은 융기해서 2배 이상의 새 땅이 솟아난다”, “지구 대혼란의 시기에 우리나라는 지구의 주축(主軸)을 점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적은 피해를 입게 된다”, “한민족이 이제 간도 수에 접해 새 세계질서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된다” 등등을 말했다. 한마디로 대혼란을 거쳐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국가로 부상한다는 예언으로 요약된다.

그러던 차에 1주일에 한두 번 방문하는 한 서점에서 ‘여수명리’라는 책을 발견했다. 저자는 평소 필자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여수 남다른(을우). 그는 대기업 간부를 지낸 후배인데, 저자 소개를 보니 ‘정역사상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었다. 반가운 나머지 책을 구입해 일독했다. ‘정역’을 토대로 새로운 명리이론을 전개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탄허 스님이 제기한 ‘정역’의 ‘지축정립설’은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혼돈의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진단한 점이 설득력이 있었다. ‘일본침몰’이나 ‘서해안 융기’와 같은 대혼란은 어디까지나 상징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반도가 세계 중심이 된다는 점은 탄허 스님과 남을우의 주장은 동일하다.

‘여수명리’는 저자가 자신의 아호(雅號)인 ‘여수(如水)’와 사주명리학의 ‘명리(命理)’를 합해서 작명한 새로운 명리이론이다. 기존 명리이론과는 사뭇 다른 시도다. 기존 명리이론은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60갑자의 좌표 값으로 치환해 이를 음양오행의 원리로 풀어낸다. 자연의 구성 요인인 음양(陰陽)과 다섯 기운(木火土金水·목화토금수)의 운행이치, 즉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의 작용을 토대로 한 명리이론이다. 그러나 ‘여수명리’는 오행의 작용원리인 ‘상생과 상극’만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생극제화(生剋制化)’를 내세운다. 명리가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기에 상생상극(相生相剋)에 인격성(人格性)을 부여해야 한다고 보고 ‘생극제화’의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다시 말해 ‘생극제화’는 오행의 상생과 상극을 인격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범상(梵相) 스님(석불사 주지)은 추천의 글에서 “그간의 명리(命理)가 오행의 작용인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의 관계 속에서 운명을 재단하였다면, 여수명리는 오행의 상생과 상극의 배리관계를 통합한 생극제화(生剋制化)의 원리로 접근하여 1000년간 묻혀온 비밀을 시원하게 파헤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오행에 인격성을 부여한 ‘생극제화’를 사주분석의 원리로 한다는 이론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찍이 남송의 서대승이 ‘연해(淵海)’에서 주창했던 이론이다. 필자는 저자와의 통화를 통해 책에서 해독이 되지 않는 내용에 대해 질문했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여러 현안에 대한 질문도 했다.

 - 어떻게 ‘정역’을 토대로 ‘여수명리’를 터득했는가.  

 “그동안 ‘생극제화’의 원리가 어떤 것이지, 어떻게 사주해석에 적용해야 되는지 하는 것을 밝혀 놓은 명리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 평생 명리학을 연구해 오면서 당위적 이론으로만 전해지는 ‘생극제화’를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로 가슴에 묻고 있었는데, 정역을 연구하다가 그 이치를 깨닫게 됐다. ‘정역’은 조선말기 일부(一夫) 김항(金恒) 선생이 자연의 생성원리를 함축한 상생의 ‘복희팔괘(伏羲八卦)’와 인간의 생장원리를 함축한 상극의 ‘문왕팔괘(文王八卦)’의 모순된 원리를 정반합(正反合)의 통합원리로 천도의 완성을 함축한 역철학(易哲學)이다. ‘정역’은 ‘금화교역(金火交易)’을 통한 후천개벽이 펼쳐지는 인류정신사의 대혁명을 예고한 사상이다. ‘금화교역’은 선천시대가 후천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의 대변화의 기운과 현상이며, 오행 상 화(火)가 금(金)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후천개벽의 세상에는 하늘과 사람이, 사람과 사람이, 그리고 사람과 만물이 평등한 존재로서 존중받는 세상이다. 이러한 사상은 조선말기 핍박받던 민중의 가슴을 울려 증산교, 보천교, 원불교, 태극도, 대순진리회 등의 많은 민족종교를 일으키게 한 사상적 바탕이 됐다. ‘김일부 선생이 발견한 정반합의 통합원리는 팔괘에만 국한된 것일까’하는 의문으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그러다가 오행의 상생과 상극의 배리(背理)관계는 정반합의 변증법적 귀결에 따라 오행의 ‘생극제화’로 통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구도자가 화두를 깨친 것같이 온몸이 빛으로 가득차고 환희심의 심연에 잠겼다. 그래서 서둘러 정리한 것이 ‘여수명리’다.”  

- ‘생극제화’의 원리로 해석한 이론체계가 ‘여수명리’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생극제화는 우주의 중심이 바로 ‘나’라는 것과, 나를 지향하는 모든 가치는 ‘생명’이라는 원리를 말한다”고 강조했는데, ‘생극제화’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생극제화’의 원리로 해석한 이론체계는 크게 두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사주를 인식하는 관점이 결정론에서 목적론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주이론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타고난 사주팔자에 의해 인생이 결정된다는 결정론 혹은 숙명론적 관점이었다. 그러나 ‘여수명리’는 ‘생극제화’의 작용이 우주의 중심이며 삶의 주체인 ‘나’자신을 의미하는 일간(日干)이 행하는 의지적 작용이기에 사주에 대하여 결정론 혹은 숙명론(宿命論)을 배격하고 목적론 혹은 운명론(運命論)의 입장을 견지한다. 운명론의 ‘운(運)’ 자는 운전하다는 뜻의 능동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는 뜻의 숙명론과 의미를 달리한다. 즉, 생극제화의 ‘생(生)’은 내 삶의 주관자인 일간이 식상(食傷·재능발산기능)의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하고, ‘극(剋)’은 일간이 재성(財星·돈을 버는 기능)의 활동을 하는 것이고, ‘제(制)’는 일간이 관성(官星·자기통제기능)의 활동을 하는 것이며, ‘화(化)’란 일간이 인성(印星·자아육성기능)의 활동을 하는 의지적 작용을 말한다. 따라서 ‘여수명리’는 사주를 분석함에 있어 타고난 사주팔자만이 아니라 대운, 세운 등으로 다가오는 시절인연(時節因緣)과 삶의 주체로서 마음가짐(用心·용심)이 함께 어울려 구체적 삶으로 발현된다는 이론체계를 정립하고 있다. 기존의 사주이론은 원명인 사주팔자를 취장보단(聚長補短)하는 개념의 용신(用神)만을 취해 간명(看命·사주풀이)하는데 비하여 ‘여수명리’는 ‘용신’과 함께 ‘용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차피 인생이란 100% 정해져 있는 것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뜻대로 되는 세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사주의 기운을 분석하는 기준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사주를 분석할 때 신강, 신약을 구별하고 그에 따른 ‘용신’을 도출해 처세의 유용한 방편을 구하게 되는데, 오행의 상생상극과 강약으로 추단하는 기존의 명리이론과 달리 ‘여수명리’는 ‘생극제화’의 에너지 유행 방향의 특성에 따라 세력을 계량하고 그에 따른 강약왕쇠(强弱旺衰)를 구분함으로써 용신을 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기존의 명리이론에는 인비(인성+비겁)세력과 식재관(식상+재성+관성)세력을 비교해 인비세력이 크면 신강사주라 하고, 식재관세력이 크면 신약사주라 구분하고 있다. 비겁은 일주 자신이며, 인성은 비겁을 생해주는 에너지이기에 둘을 합쳐 일주의 역량으로 보았고, 식상-재성-관성은 일주의 힘을 빼는 세력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겁을 중심으로 한 오성(五星, 비겁, 식상, 재성, 관성, 인성)의 에너지 흐름을 보면 관성과 인성은 에너지가 일주로 들어가는 잠재역량이고, 식상과 재성은 에너지가 일주로부터 흘러나오는 활용역량으로 정반대의 기운이다. 따라서 ‘여수명리’에서는 관인(관성+인성)세력과 식재(식상+재성)세력을 비교해 관인이 크면 신강사주이고 식재세력이 크면 신약사주로 본다. 따라서 ‘용신’을 구하는 기준이 기존의 명리이론과 완전히 다르다.“

- 요즘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여수명리’의 시각으로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명리학적으로 판단의 대상이 개인이 아니라 국가이거나 단체일 때는 기운의 거시적 흐름으로 추단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는 사스, 메르스, 코로나 등과 같은 감염병들은 후천개벽시대의 본격적인 진입을 예고하는 현상들이다. 기원전 551년에 태어난 공자도 2500년 후의 인류문명까지도 그 흐름을 ‘문왕팔괘’의 변화도수로서 예견했다. 소름이 돋을 만큼 딱 맞아 떨어지고 있지 않는가. 선후천의 교역시대에 일어나는 혼돈의 현상들 중에 하나가 코로나 등의 감염병 현상이다. 세계사적으로 볼 때 신분제질서인 유럽의 봉건제가 무너지고 최근 400~500년 동안 인간의 존엄과 자유, 민주주의가 신장되고 시장경제 중심의 자본주의가 꽃을 피우는 태방(미국)을 지나자 인간의 욕심은 풍요를 더욱 확장하고자 전쟁을 일으켜 인류의 고통을 자초했다. 이제 감방(坎方)에서 간방(艮方)으로의 진입로에 서있는 인류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현상들을 보게 될 것이다. 신종 감염병의 예방을 이유로 시민통제와 자유의 억압이 일상화될 것이며, 자유무역주의의 위축으로 시장경제와 야수적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다. 지금까지 위세를 떨치던 선진국의 위상이 땅에 떨어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패권지형에 균열이 생김으로써 (국제적) 지역갈등과 자원의 약탈, 인권의 말살 등의 끔찍한 현상들이 만연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역’이 말하는 ‘지축정립설’은 이러한 모든 혼돈의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 간방(艮方)에서 끝나고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는 어떤 것인가.

“김일부 선생이 밝힌 ‘정역’의 비밀 속에 그 답이 있다. 금화정역도(金火正易圖)에서도 간(艮)이 정동(正東)에 위치하고 있어, 후천개벽시대에 인류의 새로운 문명이 간방(艮方)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간방(艮方)은 한반도를 의미한다. 공자는 간괘(艮卦)가 끝나는 시점에서 인류가 새롭게 시작된다고 예견했으나 어떻게 시작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것을 김일부 선생이 정역팔괘에서 간방을 정동의 자리에 배치함으로써 간방에서 새로운 문명이 시작됨을 밝힌 것이다. 즉 후천개벽시대에는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이 된다는 사상이다. 

- 후천개벽시대의 도래와 함께 한반도의 위상에 대하여 기대가 크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2020년과 2021년의 국운을 어떻게 보는가?

“우리나라는 동북간 간방(艮方)에 위치해 갑목(甲木)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금년 2020년은 경자(庚子)년이고 2021년은 신축(辛丑)년이다. 우선 세계경제의 하락추세에 비추어 대한민국은 그간의 노력들이 어느 정도의 성과로 돌아오는 기운을 타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덜 추락하는 저력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내년까지도 이어지겠다. 그리고 인수에서 비겁과 식상으로 이어지는 기운이 7~8년 지속됨으로써 국가브랜드와 자존감은 계속 상종가를 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남북관계는 내년까지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외교환경이 경색될 것이고 국내적으로도 저항이 만만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찰의 개혁을 시작으로 사회 전반의 각종 개혁과제는 상당 수준 성과를 달성함으로써 2021년에는 시스템을 다지고 성장을 독려하는 곳으로 내적 에너지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금년까지는 잡기 어렵고, 내년에는 다소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당분간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평소 ‘운명개조는 가능하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여수명리’의 저자 남을우도 같은 관점을 갖고 있다. 사람은 사주팔자대로 사는 게 아니라 타고난 사주팔자를 기반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주팔자는 씨앗이나 종자와 같은 인생질료(잠재역량)에 불과하며, 이를 언제 어떻게 심고 가꾸어서 수확할 것인가는 의지적 마음작용(용심)에 따라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일찍이 타이완의 사상가 남회곤은 지명(知命)·독서(讀書)·적선(積善) 등이 ‘운명을 바꾸는 방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남을우도 지명(知命), 즉 타고난 여덟 글자(사주팔자)의 운명코드를 스스로 읽을 수 있어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명리학은 자기 사랑학”이라고 강조한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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