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품귀 가속화하면서 되레 집값 상승 부추길 수도

▲세입자 보호를 위해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오히려 전세 품귀 현상을 부채질해 결국 공급 부족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30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세입자 보호를 위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시행이 본격화되면서 주거 안정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세 품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어 이번에는 전세 공급 문제가 세입자들의 고민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꾸준히 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과 맞물려 ‘차라라 집을 사자’는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임대차 3법' 중 전날 국회를 통과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곧바로 대통령 재가와 관보 게재를 거쳐 이날 중 공포 절차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법은 이날 관보에 게재되는 시점에 즉시 시행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세입자는 전·월세 계약을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집주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세입자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신규 계약뿐 아니라 기존 계약에도 소급 적용된다. 또한 연장시 임대료도 첫 2년 계약 금액의 5%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다. 만약 3억원짜리 전세 계약을 했다면 2년 뒤에는 최고 1500만원까지만 올릴 수 있다.

시장에선 이번 법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무엇보다 전세 품귀 현상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7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74.6으로 2016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 이상을 기록하면 공급 부족을 의미한다. 현재 수요가 공급의 두 배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집주인들이 법 시행 전에 전세 보증금을 미리 올려 받거나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면서 물량이 줄어든 탓이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부터는 수도권에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입주일로부터 최장 5년 동안 살아야 한다. 그만큼 전세로 나오는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양도소득세 등 세금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도 강화된 의무거주 기간을 따라야한다. 아울러 살던 집에 그대로 눌러 앉는 세입자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아울러 집주인이나 가족이 거주할 경우 세입자의 연장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악용하거나 의무 계약 연장 기간이 끝난 뒤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는 부작용이 커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새로 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신혼부부 등 신규 전세 수요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급이 실제 이뤄질 때까지는 시장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세입자들이 물량을 구하기 힘들어질수록 차라리 집을 사자는 심리가 강해지고 집 구매 수요가 증가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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