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 통해 이익 낼 수 있는 환경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는 이전과 다르게 매우 빠르고 깊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규모로 인적·물적 교류가 차단되면서 글로벌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고 있으며, 이러한 침체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례가 없는 침체국면에 각국 정부의 대응도 갈수록 세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시행한 정책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이다. 초기에 지급대상과 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를 두고 이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지면서 소득과 재산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가구당 지급)에게 일사분란하게 추진되었다. 지원금의 대부분이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로 이어지면서 반짝 경기 상승을 유도하는 등의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 비록 지원금 규모에 비해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지만,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음으로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디지털 뉴딜이다.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한 것으로 알려진 뉴딜 정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빠르게 다가올 디지털화와 비대면화 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두 개의 정책을 합친 개념이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미래 산업을 지향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일종의 한국판 뉴딜이다. ‘뉴딜’이라는 용어를 차용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보인다.

그런데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뉴딜(New Deal)’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비해 새로운 사실은 거의 없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경제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물론이고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느낌이 든다. 패러다임의 전환도 없이 과거에 나온 정책들을 재포장한 뉴딜을 통해 2025년까지 새로운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에 나온 정책은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2020년 세법개정안’이다. 이번 개정안은 기업의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신성장 사업의 시설 투자에 대한 적용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기업 투자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러한 때 정부가 기업의 투자 환경 개선 방안을 발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경제계도 이번 세법 개정안에 대해 향후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세금 혜택을 늘려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구상이 경기 부진의 장기화 국면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세금 감면이라는 것도 결국은 이익이 실현되어야 효과가 있는 것인데, 현재와 같은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아무리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고 해도 기업이 과감한 투자 계획을 세우기는 힘들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한국은행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낮아진 금리로 기업 대출은 급증했으나 제대로 투자에 쓰이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확보한 유동성을 투자보다는 예금 형태로 보관하면서 미래를 대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세 개의 강력한 정책을 평가한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먼저 긴급 재난지원금은 경제적인 효과는 미미하지만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는 차원에서 인정을 받을만하다. 다음으로 한국판 뉴딜은 내용을 떠나 중장기 대책인 만큼 지금 논의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은 현재 기업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짚었다고 평가되지만, 세금 혜택과 함께 규제 완화, 노동 개혁 등이 병행되지 않은 점은 많이 아쉽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는 그의 저서 ‘화폐론(Treatise on Money)’에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으면 불황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예금 형태를 선호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불황 국면을 의미한다.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이 투자를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다양한 투자 환경 개선 방안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원호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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