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타격 능력 보유 용인하면 더 큰 양보 요구할 것
한중 등 주변국, 일 군국주의 치닫지 못하게 막아야

1938년 가을, 히틀러가 주데텐 지역의 독일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의 주데텐 병합을 저지할 생각이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재무장을 완성한 독일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승리하긴 했지만 당시 독일이 보여준 전투력을 기억하고 있던 양국은 가능하면 또 다른 전쟁을 벌이지 않으려고 했다.

결국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체코슬로바키아는 히틀러에게 굴복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항복 조건을 중재하기 위해 영국 수상 네빌 체임벌린이 뮌헨으로 향했다. 협정 결과 히틀러는 체코의 산업지대인 주데텐을 병합했다. 히틀러의 손을 들어준 뒤 영국으로 돌아온 체임벌린은 “우리 시대는 평화로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번 허용되고 인정받은 침략 앞에 ‘평화’란 없었다. 이후 히틀러는 체코 수도 프라하마저 장악한 뒤 여세를 몰아 1940년 중반까지 노르웨이와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까지 전광석화처럼 석권했다. 이후 히틀러는 1945년까지 전 유럽을 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극으로 몰아넣었다.

1938년 뮌헨에서 히틀러와 만난 뒤 체임벌린이 외친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었다. 자국에서 먼 곳에 있는 다른 나라의 비극에 눈 감은 것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1차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 독일이 또 한 번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게 실책이었다.

뒤늦게 히틀러의 간교함을 간파한 연합국에 의해 또 다시 패전한 독일은 이후 다행히도(?) 주변국들과 협력하면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두 차례나 독일에 기회를 주었다가 혼이 난 주변국들은 다시는 평화를 깨지 않도록 철저히 독일을 감시하고 있다. 지금은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력으로 유럽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독일이 원했던 유럽 정복이 실현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핵무기 보유가 금지될 만큼 평화를 깨는 행위는 철저히 감시받고 있다.

과거 히틀러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평화는 작은 틈만 보여도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작은 틈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히틀러의 사례에서 얻어야 한다. 물론 침략과 도발이 서서히 조금씩 틈을 파고들면서 이루어진다는 점도 히틀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독일과 함께 대표적인 전범국인 일본의 최근 행보가 우려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이면서도 여전히 과거에 대한 반성과 속죄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일본 정치인들이 또 다시 틈을 노리며 주변국들을 자극하는 방위정책을 들고 나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이 최근 일본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에 한정하는 미사일 방어에서 벗어나 적의 영역에서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는 사실상 선제타격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해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의 양해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는 태평양 전쟁 패전 후 마련된 일본 평화헌법에 근거한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에서 벗어나 공격 능력을 보유하겠다는 암시로 한국, 중국 등 주변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그간 아베 정권이 헌법 해석을 바꾸는 등 변칙적인 방식으로 방위정책을 개편한 점에 비춰보면 이는 향후 일본이 무장을 확대하는 발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의도는 분명하다. 조금씩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만약 주변국들이 일본의 선제타격 방안을 용인한다면 일본은 이를 틈 타 더 큰 양보를 요구할 것이며 결국에는 히틀러처럼 본격적으로 전면적인 도발을 단행해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또 한 번 전화에 휩싸이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주변국의 양해가 필요 없다는 고노 방위상의 강경 발언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문제를 삼고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철저히 이를 막아야 한다.

일본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주변국에는 태평양 전쟁의 적수였던 미국도 포함된다. 문제는 중국과 신냉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일본의 도발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경우 미국은 히틀러에게 속아 평화를 운운하던 영국과 마찬가지로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평화를 주장하며 전쟁을 도발할 틈을 노리는 일본의 꼼수에 주변국 모두가 현명하게 대처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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