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터키, 중국, 필리핀, 美佛 등 자국 이익 확대 위해 경쟁
힘 내세워 대립하기보다 공존할 수 있는 슬기로운 해결책 찾아야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주요 자원을 독차지하려는 분쟁이 펼쳐지고 있어 지구촌을 또 다른 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대표적인 분쟁 지역은 동지중해와 남중국해다. 동지중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상대는 터키와 그리스이고, 남중국해의 갈등 당사자는 중국과 주변 국가들이다. 여기에 이해관계가 얽힌 외부 국가들까지 끼어들어 갈등과 긴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동지중해의 긴장은 터키가 최근 터키 남부의 키프로스 앞바다에서 천연가스 발굴을 위한 지진 탐사 기간을 연장키로 하면서 고조됐다. 이 일대에는 17억 배럴의 석유와 3조4546억㎥의 천연가스가 매장돼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터키는 이 일대를 포함한 동지중해에서 해상훈련까지 하겠다고 공지했는데, 이 일대의 해상을 공유하고 있는 그리스 또한 터키의 지진 탐사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응해 같은 해역에서 똑같은 해상훈련을 하겠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분쟁의 핵심 지역인 키프로스는 동지중해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터키가 지지하는 북키프로스와 그리스가 지지하는 남키프로스로 분리돼 있다. 키프로스가 남북으로 분리된 이유 역시 터키와 그리스의 분쟁 때문이다. 터키계와 그리스계 민족이 공존하던 키프로스는 1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가 1960년 독립했지만, 1974년 그리스 군사 정권의 지원을 받은 군부가 그리스에 병합하고자 쿠데타를 일으키는 바람에 갈등의 불씨를 만들었다. 이에 터키가 북부에 많이 거주하는 터키계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사적으로 개입, 북부에 북키프로스 정부를 수립함으로써 남북이 분단됐다. 터키가 이 일대에서 탐사를 강행하는 이유나 그리스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이 배경에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터키가 지진 탐사를 이유로 이 일대에서 해상훈련까지 강행하는 이유는 그리스의 지지를 받는 남키프로스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에너지 기업에 천연가스 채굴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터키는 이들이 북키프로스의 자원까지 약탈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천연가스 채굴 허가권을 얻어 이해 당사국이 된 프랑스마저 분쟁에 뛰어들어 갈등을 더욱 조장하고 있는 점이다. 프랑스는 그리스와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터키에 대응해 동지중해상의 주둔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프랑스는 그리스의 섬 크레타에 이달 중순 전투기와 전함을 보내기도 했다. 터키와 그리스는 물론, 프랑스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라는 군사동맹의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자원 전쟁이 동맹의 무력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하이난과 파라셀 군도 사이의 동중국해로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겉으로는 중국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에 미국 정찰기가 진입한 데 대한 후속조치로 여겨지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일대에 매장돼 있는 천연가스나 석유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해저에는 약 280~300억톤의 원유, 7500㎦ 가량의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필리핀, 인도차이나반도, 보르네오 섬으로 둘러 싸여 있는 남중국해가 역사적으로 수천 년간 중국의 관할에 있었다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역내 일부 섬엔 군사시설을 건설해 군함을 배치, 이 일대를 공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타이완 등과 갈등을 빚어왔다.

갈등은 특히 남중국해의 위치가 갖는 전략적 가치 때문에 더욱 심화되고 있다. 남중국해는 동북아와 동남아를 연결하고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해상교통로로, 아시아 국가의 상품교역 중 아메리카 대륙을 제외한 무역은 모두 남중국해를 통과한다.

미국의 정찰기가 이곳을 드나드는 이유도 중국의 점유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방편이다. 미국은 국제법상 남중국해가 공해이기 때문에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이곳에 수시로 군함을 보내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강압적 태도를 버릴 때까지 행동에 나설 것이며 중국의 활동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 국가와 계속 협력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두 지역은 당사국들은 물론 이해관계가 얽힌 외부 강국들까지 분쟁에 끼어들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당사국과 외부 국가 모두 분쟁을 벌이는 의도는 자국의 이익과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데 있다. 힘의 과시만을 강조하는 양육강식의 논리가 판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힘을 내세워 대립하기보다 공존할 수 있는 슬기로운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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