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각 은행에 신용대출 관리 방안 제출 요구
제2금융권도 관리대상 올라, 차주별 대출액 등 점검
대출금리 인상 불가피…서민·자영업자 빚부담 커져

▲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도 폭증세를 이어가면서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칼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칼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열풍과 맞물려 빠르게 불어나던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에 대한 전방위 실태점검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옥죄기에 돌입했다. 이번 규제가 과도한 신용대출을 이용한 부동산투자 등 부작용을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자칫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소득절벽에 직면한 서민가계와 영세자영업자의 자금줄마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각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열어 신용대출 수요 조절 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오는 25일까지 신용대출 관리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당국 입장에서 부동산 자금 유입 차단 등을 위해 신용대출 급증세를 진정시키고 대출 총량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관리 방안 제출이 완료되면 당국은 비공식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지적하거나 기본 가이드라인(지침)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 관리방안이 본격적으로 실행될 경우 추석 전후를 기해 은행의 신용대출 우대금리가 일제히 하향 조정되거나 대출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우대금리는 해당 은행계좌나 계열 카드 이용 실적, 금융상품 가입 유무 등 부가 조건에 따라 부여되는데, 우대금리 폭을 줄여 신용대출 금리 수준을 지금보다 높이면 대출증가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29조1992억원으로 전월대비 2조6760억원 늘었고, 지난달에는 사상 최대인 4조755억원이 증가했다. 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규제전 미리 신용대출을 받아두는 가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도 관리대상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캐피탈·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부터 기초자료를 제출받아 신용대출 증가 추이와 1인당 평균 대출금액, 차주의 신용등급별 평균 대출금액 등을 점검하고 있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4조5000억원 불어났다. 항목별로 보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증가분(4조1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 증가분(6000억원)을 월등히 앞섰다. 기타대출에서 카드론·현금서비스 등을 제외하고 신용대출만 따로 떼어 보면 6~8월에 각 4000억원, 8000억원, 9000억원씩 늘었다.

이러한 신용대출 증가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계·사업자금 수요 증가와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과도한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것은 규제할 필요가 있지만, 서민가계와 자영업자의 생활자금 문턱까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신용대출 속도 조절을 당부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자금용 대출에는 지정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대출금리 인상 자체가 이자부담을 높여 전체 대출수요를 감소시키는 만큼 서민·자영업자의 신용대출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금융권의 경우 은행권보다 저소득·저신용 차주가 많은 데다 적용되는 대출금리도 10%대 이상인 만큼 투자용보다는 실수요 비중이 크다. 일부 서민가계와 영세자영업자들은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인 24%에 육박하는 고금리를 내고 대출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 심사마저 깐깐해질 경우 저신용 차주들은 자금마련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당장 급전을 마련할 수 있는 불법사금융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며 "제도권 금융에서 서민가계의 자금줄이 막히지 않도록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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