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은행연합회장에 관료 출신 유력
최종구·임종룡·민병두·김용환 등 물망
관피아 낙하산 논란 불거질 가능성도

▲ 전국은행연합회를 이끌 새 수장에 고위 관료 출신의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낙점될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전국은행연합회를 이끌 새 수장에 고위 관료 출신의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낙점될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내달 임기가 만료되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의 후임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전직 금융위원장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 관치금융 논란 속에 12대와 13대 은행연합회장 모두 순수 민간 출신들로 채워졌지만, 6년 만에 다시 '관피아' 협회장 시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김태영 회장의 임기가 11월 말로 종료됨에 따라 이번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는 국내외 은행들과 금융회사들이 함께 설립한 비영리법인으로, 회원사들이 참석하는 총회에서 회장을 선임한다.

조직 안팎에서는 은행연합회장 후임자를 놓고 고위 관료 출신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다. 그는 행정고시 제25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한국수출입은행장, 금융위원장 등을 두루 지냈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퇴임한 이후 올 8월부터 라이나생명 공익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김용환 전 농협금융 회장, 민병두 전 국회 정무위원장 등도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이들 중 민 전 의원은 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오랜 기간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해온 만큼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경제부처나 금융당국 관료 출신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은행연합회장은 '관피아 낙하산' 논란이 거세진 이후 모두 민간 출신으로 채워졌다.

지난 2014년 11월 은행연합회 수장자리에 오른 하영구 전 회장(12대)은 2001년 한미은행장을 거쳐 2004년부터 씨티은행장을 맡아왔던 정통 '뱅커' 출신이었고, 김태영 현 회장(13대)도  농협중앙회 신용부문 대표를 지낸 순수 민간 출신이다. 

하지만 14대 은행연합회장은 다시 관료 출신 인사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각종 금융 현안과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에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은행연합회장을 원하는 분위기다. 업계의 이익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협회 입장에서도 힘 있는 관료 출신 수장을 외면하기 힘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업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사람이면 민간이든 관료 출신이든 상관없지만, 뱅커 출신보다는 관료 출신 은행연합회장이 정부나 감독당국에게 업계의 요구사항을 훨씬 수월하게 요청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임기 3년인 은행연합회장은 회원사인 은행들과 각종 현안을 논의하고 금융산업을 대표해 금융당국과 협의하는 금융협회장의 '맏형'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협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수억원의 고연봉을 받는 '알짜' 보직인 만큼 민간은 물론 관료 출신들도 선호하는 자리다.   

현재 6대 금융협회장 중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을 비롯해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 등 3곳의 수장이 관료 출신이다. 김용덕 협회장은 건설교통부 차관,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고, 김주현 협회장도 금융위에서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처럼 관료 출신 수장이 외풍으로부터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방패막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진게 사실"이라며 "다만 인맥과 위계의 힘에 눌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해 은행연합회장 인선 결과에 따라 관피아 낙하산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