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인수 발빼 뒷말 무성…정부지원 원칙 있어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가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아시아나에 이어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을 준비중이다. 그동안 기안기금 대상에서 LCC를 제외했던 정부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려운 기업은 많고 재원은 한정적인 상황에서 오너일가의 고통분담이 없는 혈세 투입은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제주항공은 유동성 위기다. 제주항공은 지난 2분기에 8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5분기 연속 적자다. 상반기 말 기준 부채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875%에 달한다. LCC 업계에 출혈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친 탓이다.

제주항공의 기금 신청 규모는 올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하면서 정부가 인수금융 형태로 지원할 예정이었던 1700억원대로 예상된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인수를 먼저 제안했다가 코로나19 이후 선행조건 미이행 등을 이유로 발을 뺐고 인수성사를 기대했던 정부도 지원을 철회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기금 신청이 너무 염치없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최근 제주항공이 유상증자로 1500억원을 마련한 상황에서 기금까지 더해지면 당장에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얼마나 버틸지는 미지수다. 매달 고정비에 갚아야할 차입금도 산더미다. 제주항공이 마냥 혈세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기안기금은 국민의 돈이다. 혈세 투입을 위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 제주항공의 고강도 자구책은 물론 모회사인 애경그룹의 적극 지원이 더해져야한다. 애경은 올해 유증에서 687억원을 출자했지만 이는 최대주주 자리 유지를 위한 목적도 크다.

특히 장영신 애경 회장과 그의 아들들인 채형석 총괄부회장, 채동석 부회장, 채승석 전 대표는 사재출연을 포함한 고통분담에 적극 나서야한다. 혈세를 투입해 제주항공이 위기를 넘기면 그 수혜는 오롯이 애경과 이들이 누리게 되는 상황에서 이 정도 노력도 없이 제주항공에 수천억원의 혈세를 투입한다는데 쉽게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다.

더욱이 이들은 그동안 살인가습기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프로포폴 마약 투약 사건 등으로 국민 공분을 샀다.

제주항공과 AK홀딩스의 관계자는 “올해 이미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현재까지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추가 지원에 대해 선을 그었다.

애경과 제주항공은 두산그룹의 위기관리 능력을 살펴봐야한다. 두산은 국민 혈세를 지원받으면서 알짜 자산 매각은 물론 오너일가의 지분 무상 증여를 결정하면서 책임경영을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주항공 지원에서 정부의 원칙이 달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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