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코드 기술자료”라는 공정위 지침, “유상 인수하라”는 감사 의견도 무시

▲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유망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6억50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 제 발등을 찍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한국교통안전공단 CI

[중소기업신문=김흥수 기자] 한국교통안전공단이 한 IT중소기업의 기술을 빼앗으려 소송을 제기했다가 도리어 6억5000만원의 배상금을 물어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2009년 국토교통부로부터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의 운영위탁을 받아 자동차관련 단체인 제조업체, 중고차 매매업체, 폐차업체, 금융기관 등 여러 기관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자동차등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단은 이 과정에서 기술특허권을 가진 A사에 이용기관정보시스템, 중계시스템, 통합수납시스템 구축을 의뢰하고 사업시행 5년 후에 시스템의 소유권을 공단에 귀속시키기로 합의했다. 또한 A사가 기획·개발·구축·소유한 공채매입(할인)시스템과 채권콜센터의 이익금은 4:6으로 나누기로 민간투자사업 협약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막대한 수익금이 발생하자 공단이 돌변했다. 공단은 36억원이 투입된 플랫폼이 구축된 뒤 공단에 80억원 가량의 수입이 발생하자 온라인자동차등록 시스템의 소유권이 공단에 있다며 A사에 손을 뗄 것을 요구했다. 

A사는 이를 거부하자 공단은 지난해 8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2017년 공단의 자체감사에서 채권플랫폼, 채권콜센터는 A사로부터 유상·인수하여 공단이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권고하였으나 공단은 이를 무시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공단의 주장과 너무도 달랐다. 이용기관정보시스템과 중계시스템, 통합수납시스템은 공단 소유가 맞지만  플랫폼 프로그램은 A사의 소유가 맞고 공채매입(할인)시스템, 채권콜센터도 A사의 소유임을 인정했다. 소스 코드 또한 공단이 유상으로 이전받아야 한다고 법원은 지난 16일 판결을 내렸다.

공단 측은 이와 관련 “공단이 기술 탈취를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니고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구축운영지침’(이하 운영지침)에 따라 산출물을 공단에 귀속시키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단의 해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위원장 재직시절이던 2018년 1월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는 기술 자료에 해당하고 이의 제공을 요구하는 것은 하도급법 위반(기술탈취)에 속한다는 내용을 명확히 하는 ‘기술 자료 제공 요구·유용 행위 심사 지침’을 개정했다. 김상조의 ‘을의 눈물 닦아주기’시리즈 중 하나였다. 

A사는 을의 지위에 있는지라 사업 시작 전 공단 측이 약속한 투자금 지원 등을 이행하지 않아도 불평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공단이 기술 탈취를 꾀하며 소송까지 제기하자 그간 공단으로부터 지불받지 못했던 투자금 등을 내놓으라고 반소를 제기했고, 일부 승소해 6억5000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A사 관계자는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 소송까지 제기했다"며 "다행히 소송에서 이겼지만 우리는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소송에 시달리느라 만신창이가 돼버렸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공단은 자동차정보관리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국회에 예산안을 신청하면서 허위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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