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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민이 달라졌다… 주목받는 상생 행보
기업의 사회책임에 대한 적극적 유인책 필요
2020년 11월 05일 (목) 11:40:47 김흥수 기자 saxofone@smedaily.co.kr
   
▲ 지난 10월 22일 서울 송파구에서 진행된 우아한청년들과 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조인식에서 우아한청년들 김병우 대표(오른쪽)와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이선규 위원장이 국내 첫 플랫폼 기업과 종사자 간 단체협약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배달의 민족

수수료 체계 변경 등으로 진통을 겪어온 배달의민족이 전격적인 상생 행보에 나서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상생행보는 대 정부, 지자체, 노동계, 소상공인 등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 결합 심사를 앞두고 사회 각계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 것’이라는 평가부터 ‘포용적 플랫폼으로 기업경영의 방향을 확고히 잡은 것’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지난달 22일 배민과 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이다.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 개인 사업자 신분의 라이더를 상대로 일하는 조건과 처우 등을 놓고 양 측이 6개월여의 협상 끝에 최종 타결안을 마련했다. 이는 국내는 물론 해외 플랫폼업계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운 일로 평가 받는다.  

이번 협약으로 배달 앱 라이더, 대리기사, 택배기사 등 플랫폼 기업의 노동 이슈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이 단순히 일을 중계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플랫폼 노동자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플랫폼 생태계를 건강하게 확장하겠다는 시각을 나타낸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단체협상과 별도로 사회적 대타협기구인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에도 참여해 10월 초 첫 결과물인 공동 협약 내놓은 바 있다. 이 포럼에는 플랫폼기업과 고용노동부 등 정부부처, 노동계,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노동계와 직접 단체협상을 진행하면서도 국가적 차원의 논의기구에 참여한데 대해 배민 측은 “업계 선도 기업으로서 플랫폼 노동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리도록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지자체와도 속속 손잡고 있다. 배민은 최근 전라남도, 경상남도 등 지자체와 연이어 농특산물 판매 MOU를 맺고, 자영업자 대상 식자재 온라인 쇼핑몰 '배민상회'를 통해 지역 우수 농특산물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초기 성과도 나타나며 배민상회 내 지역특산물 코너 내 ‘남도장터’를 통한 매출 월평균 30%가량 늘었다. 

이밖에도 배민은 10월 전국 각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지역 소상공인 판로 확대 위한 '전국별미' 론칭하며, 지역 먹거리 알리기에도 앞장섰다. 

지자체로서는 지역 내 전통상인들의 매출을 배민 앱을 통해 보전할 수 있어 좋고, 배민 이용자들은 직접 가지 않으면 구입하기 어려운 특산품을 편하게 배달시킬 수 있어 윈윈 사례로 평가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은 기존 시장의 이해관계자들과 입장이 충돌할 수 밖에 없다”며 “업계 선두인 배달의민족이 상생을 기치로 각계와 손 잡고, 함께 성장하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국내 플랫폼 비즈니스의 확산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2004년 카드대란 직후에 금융소외자에 대한 정책방안으로 미국의 ‘지역재투자법’(이하 CRA)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금융업계와 국내 현실 등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무위로 끝났지만 CRA의 핵심은 ‘채찍과 당근’을 제시하며 기업의 사회책임 투자를 활발하게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이 CRA를 통해 금융 사각지대를 상당 부분 해소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CRA가 활발해진 것은 금융세계화의 바람이 거세게 일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이다. 

이제 갓 걸음마 단계를 벗어난 국내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선두에 서 있는 배민의 사회책임을 미국의 CRA와 같이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당근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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