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까지 확장한다더니 초역세권 알짜매물은 매각
이동걸 산업은행장 ‘기업가치 올려 매각’ 방침 공언 우려

▲대우건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핵심자산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내부에선 알짜자산을 너무 성급하게 팔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 지도 대우로얄프라임.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대우건설이 비핵심자산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접 개발가치가 큰 자산을 팔거나 매각 이후 자산 가치가 더욱 올라가는 사례가 나오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급급해 알짜자산을 너무 성급하게 팔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서울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역 인근에 있는 대우로얄프라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KT에스테이트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현재 협의하고 있다. 이번 부지 매각 비용은 400억원대로 알려졌다.

1990년에 지어진 대우로얄프라임은 오피스텔 형태로 지방에 거주하는 대우건설 직원이 본사에 근무하거나 출장 때 숙소로 사용해온 곳이다. 향후 매각이 마무리되면 숙소가 필요한 직원들은 새로운 곳을 찾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

이는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일환이다. 대우건설 최대주주 산업은행은 수년째 대우건설 매각을 지속 추진했지만 낮은 주가, 300%에 달하는 높은 부채비율 등에 발목이 붙잡히면서 난항을 겪었다. 부진한 실적에 차입금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 탓이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국감에 불려갈 정도로 잦은 인명사고, 법 위반 등 이미지 실추도 부정적인 요인 중 하나다.

이에 산업은행과 대우건설은 비핵심자산을 팔아 현금을 충당하는 방식으로 재무구조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외부 출신인 정항기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을 영입해 작업에 고삐를 좼다. 그 결과 지난 3분기엔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대비 16.1% 감소하는 나름의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부의 반응은 신통찮다.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대우로얄프라임은 서울내 초역세권으로 개발 가치가 큰 곳 이라며”며 “회사가 임대업까지 하겠다면서 왜 직접 개발하지 않고 굳이 매각을 결정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대우건설은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를 설립해 임대관리와 투자개발형 사업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항기 대우건설 부사장.

올초 950억원에 팔린 강원도 춘천 파가니카CC도 뒷말이 많다. 대우건설이 파가니카CC를 매각한 이후 가산 가치가 현재 1200억원대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비핵심자산 매각이 너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가치를 올려 제값에 대우건설을 팔겠다던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말과도 차이가 있다. 이 회장은 올해 국감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우건설의 다른 직원은 “이렇게 졸속 매각을 결정한 것이 대주주인 KDB인베스트인지, 김형 사장인지, 아니면 재무 등 실권을 다가진 정항기 부사장인지 직원들 사이에서 굉장히 불만이 많다”며 “지금 현금성자산을 팔아서 이익 규모를 올리는 것보다는 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향후 매각에 도움이 되는데 회사는 거꾸로 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대우로얄프라임에 대해 다양한 말이 나오고 있지만 사업 규모가 크지 않고 직접 개발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매각이 결정된 것”이라며 “파가니카CC 역시 매각계약 당시 기준으로는 오히려 잘 팔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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