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구조 고도화로 환율 제한적 영향이라지만 중기 맞춤형 대책 필요

환율 하락(원화 강세)의 흐름세가 심상치 않다. 10월 초 1달러 당 1163.4원에서 출발한 원화는 지난 11일 23개월 만에 최저인 1110.0원을 기록했다. 다음날인 12일에는 전날 대비 소폭(4.8원) 오른 수준에서 마감됐지만, 시장의 전망은 원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당연한 말이지만 달러화 약세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달러를 무제한 살포하면서부터 달러 가치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하기 직전인 3월19일 원-달러 환율은 1280.0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7월 말에 1200선이 깨졌으며 11월에 들어서는 11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후보가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의 공급 확대와 이에 따른 가치 하락이 예상된다. 또한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미·중 갈등 중에서 최소한 무역부문은 상당히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달러화의 가치 하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원-달러 환율은 머지않아 1000원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원화 강세는 우리 경제의 체질이 그만큼 튼튼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반드시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10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보고서는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약세 및 위안화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 지표 등으로 우리나라의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각되면서 하락세를 지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성장률과 경상수지 흑자 등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환율 하락(원화 강세)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앞서 언급한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부터 이달 10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4.9%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엔화와 위안화는 달러화 대비 상승폭이 각각 0.2%, 2.9%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달러와 연동된 원-엔 환율은 4.9%, 원-위안 환율은 1.4% 상승하는 등 주요국의 화폐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 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환율이 하락하면 보다 적은 돈으로 달러를 구입할 수 있어 외환 조달 비용이 줄어든다. 그리고 수입 물가가 하락하므로 물가 안정에 효과가 있다. 반면 수출물가지수가 하락해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시키고 경상수지가 감소하게 된다. 그런데 무역의존도가 지난해 기준 63%(수출 32.94%, 수입 30.57%)에 달하는 우리 경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환율 하락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환율 하락에 대한 통화 당국의 대응은 일단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수출 구조의 고도화에 힘입어 “우리나라 수출에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크지 않다”면서 현 시점에서는 환율 요인보다 글로벌 교역 환경과 코로나19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환율의 하락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향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해 결코 손 놓고 바라볼 상황은 아니다. 수출 구조가 고도화되어 환율 하락의 영향이 다소 제한적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에 국한된 것이다. 한계 상황에 처한 수출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환율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더해 수출 중소기업마저 무너진다면 우리 경제 기반은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다.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환율 하락을 극복할 수 있도록 수출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원호 경제학 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