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옥 건립하면서 실적 거꾸로 가고 입주 2년만에 인력감축 비극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이 ‘마천루의 저주’에 휩싸이고 있다. 신사옥 건설을 기점으로 실적이 쪼그라들면서 급기야 창사이래 첫 희망퇴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세계 고객과 소통하는 구심점"으로 자신했던 신사옥이 불과 2년여 만에 떠난 자와 남는 자의 희비(喜悲)가 엇갈리는 눈물의 공간이 된 셈이다.

‘마천루의 저주’란 초고층빌딩을 짓기 시작할 때는 호황기이지만 건물이 완성될 때는 거품이 빠져 불황에 직면한다는 속설이다. 초고층빌딩이 들어설 때가 경기활황의 정점(頂點) 이자 경기침체의 전야(前夜)라는 뜻이다. 초고층사옥을 세운 뒤 경영위기를 맞은 기업을 말할 때 자주 사용돼왔다. 하지만 대부분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경영실패가 근본원인인 경우가 많다.

용산구 한강로2가 159-5번지에 있는 아모레 신사옥은 연면적 18만8902㎡(5만7000평), 지하 7층 지상 22층 높이로 지난 2014년 착공돼 2017년 완공됐다. 알루미늄 루버로 마감된 외벽에 구멍이 뻥 뚫리고 안이 빈 큐브형태로 영국의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했다. ‘2019 CTBUH 어워즈’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수상했다.

아모레 신사옥은 2017년 11월 입주 당시 두통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한때 새집증후군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후 정상화되면서 현재 용산의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서 회장은 2018년 준공식에서 “새 사옥은 새로운 아름다움을 내세워 아시아 뷰티로 세계 고객과 소통하는 거대한 구심점이 되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나가는 ‘미(美)의 전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모레퍼리픽그룹이 신사옥 건설을 기점으로 실적이 뒷걸음질을 치고 창사이래 첫 희망퇴직에 돌입하면서 ‘마천루의 저주’에 걸렸다는 시장의 반응이 나온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서울 용산 신사옥.

하지만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지금, 아모레 신사옥에는 을씨년스러운 감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아모레는 내달 31일 기준 1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자들에겐 근속연수에 5개월 치 급여를 더한 위로금이 지급된다. 20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40개월 치 급여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한다.

아모레 성장의 한축이었던 면세점도 구조조정에 포함됐다. 아모레는 면세점 영업인력인 '미엘'을 대상으로 지난 16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은 근속연수나 직급에 상관없이 750명에 달하는 전 인력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위로금은 1억원이다.

잔류 직원들의 표정도 좋지 않다. 아모레는 기존 6단계였던 직급 체계를 내년부터 5단계로 축소하고, 승진할 때 3~6% 수준이던 연봉상승률도 3%로 통일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가 눈물의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은 실적부진 때문이다.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려오던 아모레 실적은 2016년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정이 더욱 나빠졌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공교롭게도 신사옥 건립과 맞물려있다는 점이다. 아모레는 신사옥 건립에 총 57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재 희망퇴직 신청 접수중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할 것이 없다”며 “면세점 사업 축소 여부 등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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