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중기대출 493조원…매달 3~5조원 늘어
은행권 가계대출도 고공행진, 9월 증가폭 9.6조원
연체율 악화에 한계기업 증가…건전성 관리 비상

▲ 코로나19 장기화로 서민가계의 소득 감소는 물론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 조차 갚기 힘든 한계 중소기업이 늘어나면서 역대급으로 불어난 금융권 대출의 부실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중소기업·가계의 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빚으로 연명하는 중소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는 데다 소득절벽에 직면한 서민들도 앞다퉈 은행 등 금융기관에 손을 벌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중소기업·가계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역대급으로 불어난 금융권 대출 관리에 '부실 경고등'이 켜진 모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492조7274억원으로 전월대비 6조2733억원(1.3%) 늘었다.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매달 3~5조원 가량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 고객이 대부분인 제2금융권의 기업대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 8월 말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기업대출금 잔액은 255조8744억원으로 1년 전(192조3838억원)에 비해 63조4906억원(33.0%) 증가했다. 

가계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전체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 월별 증가액은 지난 8월 11조7000억원으로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9월 증가 폭(9조6000억원)도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권 기타대출의 월간 증가액도 지난 8월에는 5조7000에 달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출 원리금은 물론 이자상환도 힘들어하는 가계와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까지 실물경제 위축이 지속되고 실업과 자영업자, 영세중소기업의 줄폐업이 이어질 경우 금융권의 여신 건전성은 빠르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영난에 금융이자 조차 갚을 능력이 없는 한계기업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은은 지난 9월 '금융안정상황' 자료에서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한계기업이 지난해보다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100%에 못 미치는 기업의 비중이 지난해 14.8%에서 올해 21.4%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 5곳 가운데 1곳의 수익성은 이자도 못 낼 정도로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은행권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0.36%로 전월대비 0.03%포인트 올랐다. 

구체적으로 기업대출 연체율이 0.44%로 6월 말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29%로 한 달 전보다 0.08%포인트 올랐고,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47%)은 0.04%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0.26%)도 전월대비 0.01%포인트 올랐다. 

이처럼 한계기업이 갈수록 늘고 부실대출 규모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내년 3월까지 연장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될 경우 은행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금융권의 대출 규모가 역대급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내년 3월 금융지원 조치가 끝날 경우 그동안 가려져 있던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며 "영세 중소기업과 취약가구의 급격한 대출 부실화를 막는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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