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도 LG생활건강은 성장세 지속…유통채널 다변화‧고급화 뒤쳐져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사드와 코로나19 등의 악재로 휘청이면서 경영진의 위기 대응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10월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이 5000억원을 들인 신사옥을 짓자마자 사드와 코로나19 등 각종 악재가 잇따르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천루의 저주'라고 쉽게 말하기도 하지만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영실패가 ‘저주’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아모레 연결기준 매출액은 2005년 1조2717억원에서 2010년 2조6741억원, 2016년 6조697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6조2842억원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2005년 1972억원에서 2016년 1조828억원까지 급증했다가 뒷걸음질을 쳐 지난해 4982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올해 전망도 좋지 않다. 아모레의 연결기준 3분기 매출은 1조208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3%, 영업이익은 610억원으로 49% 급감했다. 서경배 회장의 딸인 서민정씨가 주도했던 이니스프리, 에스쁘아 등 로드숍 계열사도 줄줄이 적자 전환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와 코로나19 등 돌발변수가 악재가 됐다. 그나마 최근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에서 호조를 보인 것이 위안이다.

문제는 같은 조건에서 경쟁사인 LG생건은 실적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LG생건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2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62분기 연속 증가세다. 뷰티 외 사업 호조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지만 LG생건의 뷰티부문 영업이익 감소폭이 전년 동기 대비 6.7%에 그쳤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양사의 중국 광군제 성적 역시 차이가 크다.

양사 경영진의 ‘위기 대응 능력’ 차이가 실적을 갈랐다는 분석이다. 뷰티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오프라인 시장에서 철수하고 제품 고급화, 온라인 채널 강화에 주력해왔던 LG생건과 여전히 이니스프리 등 중저가 오프라인 채널에 집중해왔던 아모레의 차이가 올해 코로나19로 계기로 더욱 극명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들이 변화를 모색할 때 아모레는 과거에 안주하면서 실적악화를 초래했고 그 결과 인력감축까지 현실화됐다는 지적인 셈이다.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아모레도 뒤늦게 경쟁사 따라하기에 나섰다. 아모레는 올해 알리바바와 네이버, 11번가, 무신사 등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업을 확대하면서 온라인 채널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최근엔 40대~50대 임원진을 전면에 내세우는 쇄신인사도 단행했다. 현재 진행중인 희망퇴직도 온라인 강화라는 이런 구조조적인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 과정에선 가맹점과의 상생의지도 도마에 올랐다. 앞서 아모레는 온라인에서 동일한 제품을 오프라인 가맹점 보다 더 싸게 팔다가 가맹점들의 거센 반발을 샀고, 결국 임대료 특별 지원과 온라인 직영몰 수익 공유 확대 등 상생안을 제시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는 서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호출되고 나서야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LG생건의 경우 지난 7월부터 온라인몰 수익을 가맹점에 분배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업계의 경우 경영자의 경영실패는 자사 직원들의 고용문제는 물론 가맹점 생존과 직결된다”며 “하지만 부실경영에 대한 대가는 경영자의 제대로 된 반성없이 대부분 직원들과 가맹점의 고통분담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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