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장중 하락 반전…하방압력 커져
美 부양책·백신개발 기대에 달러화 약세 지속
"원화강세에도 중기 61% 환리스크 관리 안해"

▲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하락세를 그리면서 급격한 원화강세로 인한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중소기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대를 앞두고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이로 인한 달러화 약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는 가운데 원화강세 흐름이 멈추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의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가뜩이나 매출부진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환위험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영세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 환차손 등 직간접적인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이날 오후 1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0.7원 내린 1111.3원에 거래 중이다. 환율은 3.6원 오른 1114.0원으로 출발했지만, 위험선호 분위기가 이어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환율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속에서도 백신 개발 기대감과 미국의 대규모 부양책 전망 등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왔다. 이달 중순 1100원대에 진입한 원·달러 환율은 18일 전날보다 2.8원 내린 1103.8원에 마감하며 2018년 6월 15일(1097.7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자' 행진을 계속하는 점도 원화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미국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이 한국 주식시장 투자를 권유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외국인들의 투자가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외국인은 지난 5일부터 전날까지 13거래일 연속 코스피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조 바이든 당선인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세운 점이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면서 원화 투자 심리가 더욱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국내 수출기업 80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최근 수출기업의 환율 인식과 영향' 보고서를 보면 수출기업들은 내년도 경영환경에 미칠 이슈로 '코로나19 확산세 지속'(42.9%)을 가장 많이 꼽았고, 그다음으로 '환율 변동 심화'(26.7%)를 지적했다.

환율이 10% 하락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부분 기업은 '상품단가 조정이 불가하다'고 답했고, 환율 하락 때 응답 기업의 65% 이상은 수출액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미 달러의 결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은 전체 91.4%에 달해 대부분 환리스크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의 61.1%는 '환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환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는 대기업은 8.9%에 불과했다.

환율 하락에 국내 수출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도 점차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9일 수출 중소기업 308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환율 하락세가 채산성(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62.3%를 차지했다. 

이들 수출중소기업은 영업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적정환율로 달러당 1181원을 제시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1110원 안팎에서 움직이는 만큼 환율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김태환 중기중앙회 국제통상부장은 “코로나19로 해외 주요국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화강세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수출중소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막고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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