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경영실패에 대한 반성과 책임 통감해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이 고강도 인력감축에 돌입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도 자진해서 석달치 임금을 50% 자진 삭감했다. 그만큼 아모레는 현재 심각한 위기다. 실적감소에도 더 많은 보수를 챙겼던 서 회장이 뒤늦게나마 경영난 타개를 위한 고통분담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에따라 서 회장이 애초 실적이 기울 때부터 보수를 좀 더 덜 챙겼더라면 회사를 떠날 직원이 좀 더 줄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도 커지는 모습이다.

24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아모레는 이날까지 내달 31일 기준으로 근속 만 15년차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아모레는 기존 6단계인 직급 체계를 5단계로 축소하고 승진 시 연봉 상승률도 평균 4.5%에서 3%로 통일시켰다. 고속성장에 발판이 됐던 면세점 직원(미엘)들도 희망퇴직 대상이다. 미엘의 경우 희망퇴직 신청 후에는 저평가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별도 진행하고, 이 경우에는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건비 절감과 온라인 사업 강화에 따른 인력구조조정 차원으로 분석된다. 회사가 위기인 만큼 직원들의 고통분담이 불가피한 셈이다.

경영진들도 고통분담에 동참했다. 서 회장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급여 50%를, 대표직과 임원들은 20%를 자진삭감했다. 이에따라 서 회장이 상반기 아모레퍼시픽에서 받은 보수는 8억1600만원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서경배 회장(사진)과 임원들의 임금삭감, 인력감축 등 고강도 인력감축에 돌입했다.

총수인 서 회장이 보수삭감에 동참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서 회장은 아모레 실적이 정점을 찍었던 2016년 이후 2018년 30억500만원, 2019년 37억4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2017년엔 109억원으로 잿팟을 터트리기도 했다. 실적감소에도 보수는 지속 늘아난 것이다. 배당성향도 확대됐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017년 22.4%에서 2019년 28.7%로 배당성향이 확대됐으며, 향후 30%로 올라갈 예정이다. 배당성향이 높아질 경우 실적 악화에도 배당금이 줄지 않거나 늘어날 수 있다. 이에따라 향후 서 회장의 보수 감소분이 보전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직원들은 실적감소의 여파로 상여금 등 평균 급여가 감소했다. 2018년 기준으로 서 회장의 연봉과 직원 평균 급여(6500만원대)의 차이는 46배에 달했다. 이 때문에 해마다 올라가는 서 회장의 보수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반응도 엇갈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에 서 회장도 보수삭감 고통분담에 동참하면서 서 회장을 보는 직원들의 시선이 달라질 전망이다.

임금삭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아모레의 위기가 돌발악재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영실패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며 “직원들이 현재 그 대가를 치르는 상황에서 경영을 총괄해온 서 회장이 임금삭감은 당연한 것이고 경영실패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 통감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 등 경영진의 공식 반성없이 직원들의 고통분담만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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