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셀프매각 논란에 김형 사장 투입 대우건설은 '혈세 회수' 난항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주도해온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각종 물음표가 달리면서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전국항공산업노동조합연맹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열린조종사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고용안정을 위한 피켓 시위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리더십에 물음표가 커졌다. 이 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지고, 한진중공업 매각입찰에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이하 KDB)가 뛰어들면서 ‘셀프 매각’ 논란이 불붙고 있다. 8000억원을 투입하고도 번번이 ‘철수 카드’에 휘둘리고 있는 한국GM, 10년째 경영정상화만 외치고 있는 대우건설 등 그동안 산은의 구조조정 전략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진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그 물음표에 쐐기를 박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마감된 한진중공업 매각 예비입찰에서 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한국토지신탁 등 7곳이 참여했다. 입찰기업중 지역 경제에 영향이 큰 조선업과 직접 관련된 기업이 한 곳도 없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아쉬움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자회사 KDB의 참여는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회사가 한진중공업을 인수할 경우 최대주주만 산업은행에서 그 자회사로 바뀌는 꼴이 된다. 현재 한진중공업 지분 83.45% 중 산업은행 보유 지분은 63.44%에 달한다. 사실상 ‘셀프 매각’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독립법인이고 국가계약법상 투명한 절차 공개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산은의 입장이지만 그 만큼 혈세 회수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주주 자리만 바꿔 앉는 매각이 환영을 받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항공산업 재편작업에서도 눈총을 받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산은은 8000억원대 혈세를 투입해 이를 지원할 예정이다. 문제는 향후 통합 대한항공을 이끌게 될 조원태 한진그릅 회장이 사재출연 등 어떠한 책임분담 없이 혈세 투입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KCGI 등 3자연합은 "조 회장의 사적이익을 위해 국민혈세 및 주주와 임직원을 희생시키는 이런 시도에 대해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정부의 항공정책실패를 덮어보려는 꼼수"라며 "이동걸 회장은 매각이 불발되면 기업안정자금을 중단시켜서 파산을 시키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이 특정인을 편들고 있다는 억측까지 나돌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주제로 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에대해 이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거래는 재벌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항공운수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특혜”라며 “엔딩을 기다리면 모두 망한 다음 항공산업 재편을 한다는 얘기"라고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그동안 혈세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강조했던 '대주주 책임분담'이라는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 회장은 올해 쌍용차 지원에 대해서 ‘생즉필사 사즉필생'이란 문구를 인용하면서 대주주와 노조의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원칙이 상황에 따라 달라져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 회장과 산은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혈세 8000억원을 투입해 정상화시킨 한국GM은 노조와의 마찰을 빚을 때마다 철수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산은이 보여준 대책은 노조 압박 말고 특별한 것이 없다. 산은은 2년전 한국GM이 연구개발 법인분리안을 밀어붙일 때도 주총장 참석도 못했다. 당시 이 회장이 “GM이 법인 분리를 강행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을 따름이다.

10년째 보유중인 대우건설도 산은을 평가하는 잣대중 하나다. 대우건설은 산은이 김형 대우건설 사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했음에도 오히려 실적과 주가가 모두 나빠지고 업친데덥친격으로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매각 작업이 아예 보류됐다. 이날 대우건설 주가는 3500원대로 2010년 산은 인수가(1만5000원대) 대비 4분의 1토막, 김 사장이 출근한때인 6000원대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회장은 지난 9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 회장은 그 연임 직전 ‘KDB 웨이 어워드(Way Award)’ 포상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은 기획부터  이 회장이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동걸 회장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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