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코로나에도 저축보험 판매 증가
생보사 3분기 누적 당기순익 3.1조원 선방
"당장 '실적 효자'…장기적으론 수익 악화"

▲ 생명보험업계의 저축성보험 판매가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당장은 실적개선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저축성보험이 생명보험업계의 실적개선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보험영업 위축과 초저금리 기조로 인한 투자수익 하락 등 업황 악화 속에서도 생명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 판매에 사활을 걸며 3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저축성보험 판매 증가가 장기적으로는 생보업계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생보사들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15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순익이 2.6% 적었는데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생보사의 3분기 누적 보험료 수입은 81조540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3432억원(4.3%) 확대됐다. 종목별로는 저축성 보험료가 2조3391억원, 보장성 보험료가 1조3126억원 각각 늘었고 변액보험은 해약이 늘어 보험료 수입이 6735억원 줄었다.

이러한 호실적은 생보사들이 방카슈랑스(은행) 채널을 통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생보사들의 보험영업 손실이 4083억원 가량 축소됐다. 

저축성보험은 다른 보험에 비해 금리가 높아 현재와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대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보험연구원 김세중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와 개인 생명보험 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 상반기 월별 생명보험의 초회보험료는 5월을 제외하고 전년 동월 대비 20%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이 중에서도 저축성보험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올해 2월과 3월 생사혼합보험 초회보험료가 각각 작년 같은 달보다 77.1%, 100.0% 급증했다. 사망보험 초회보험료가 2월 11.5%, 3월 13.2% 증가하고 연금보험 초회보험료는 8.0%, 22.0%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김 연구원은 "저축성보험은 시중금리 하락에 따른 상대적인 금리 경쟁력으로 주목받았다"며 "은행을 통해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비중도 95.4%로 절대적이어서 판매 창구의 차이가 성장성 차이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현재 저축보험의 공시이율 수준이 2% 초반인데, 이 공시이율을 넘어서는 수익성 높은 자산을 찾기 어렵다"며 "저축성보험 확대가 이차 역마진을 확대해 보험사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확정금리상품의 '역마진' 공포는 생보사들의 최대 골칫거리다. 국내 금융시장이 본격적인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산운용을 통해 거둔 이익률이 향후 계약자에게 돌려주기로 약속한 보험부채의 적립이율에도 못 미치는 금리 '역마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생보업계의 운용자산이익률은 1990년대 평균 11~12%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2000년 8%대를 기록한 이후 2010년 5.6%, 2013년 4.5%로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3%대로 떨어지는 등 매년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고객에게 보험료를 받아 만기가 길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공채에 투자하는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시장금리에 연동하는 만큼 금리가 내리면 투자수익도 줄어들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영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투자영업으로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경우 생보사의 실적은 구조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역마진 피해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어 생보사의 수익성 악화가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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