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사재출연 등 추가 책임분담 없이 경영권 방어 효과
산은, 뒤늦게 "성과없으면 퇴출" 해명…시민단체 의혹제기 지속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통합 대한항공’ 출범에 탄력이 붙으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우연히 ‘동맹’이 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막판까지 동지로 남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시장의 예상결과만 놓고 보면 두 사람을 ‘환상의 콤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어 보이지만 특혜 논란 등 각종 변수가 잇따르면서 최종 결론은 좀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2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이번 빅딜로 얻게 될 성과는 상당하다. ‘통합 대한민국’은 비행기 보유대수가 대한항공 164대와 아시아나항공 79대를 합쳐 243대로 늘어나고, 매출 규모에선 대한항공 12조2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 6조9000억원을 더해 20조로 확장된다. 조 회장이 세계 7위권의 글로벌 항공사를 거느리게 되는 셈이다. 뺑소니, 노인 폭행 등 한때 사람으로서 기본 됨됨이가 의심되는 안하무인격 사건으로 비판 받았던 조 회장이 이젠 글로벌 항공업계를 좌우하는 거대 항공사의 총수로서 면모를 달리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현재 통합을 주도중인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그동안 조 회장을 옥좨온 3자연합(KCGI, 반도건설, 조현아)의 경영권 위협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실제 향후 산은이 혈세 8000억원을 투입해 한진칼 주요주주(10.66%)에 올라서면 3자연합 우위였던 지분구도가 조 회장 측 36.67%, 3자연합 측 40.41%, 산은 10.66%로 재편된다. 조 회장이 지분 담보 외에 사재출연 등 특별한 책임분담 없이도 통합 대한항공 경영권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효과가 예상되는 셈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국내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해온 산은이 볼 효과도 적지 않다. 산은은 이번 통합으로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항공업을 성공적으로 재편하고 국내 항공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아울러 지난 10여년간 정상화와 매각작업을 반복해온 부실기업 정리효과도 크다. 아시나아항공을 관리하면서 이따금씩 제기됐던 산은의 책임론도 모두 지울 수 있다.

문제는 통합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재벌 총수의 책임분담 없이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는, 즉 특혜논란도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대한항공에 대한 한진칼의 지배력을 약화하지 않으면서 한진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권 안정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향후 항공산업 재편으로 인한 독점적 지위까지 추가적으로 보장해주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관련 여권 의원들의 지적도 나왔다.

여론이 악화하면서 산은도 추가 해명을 내놨다. 최근 이 회장은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 전체를 담보로 잡고 있으며, 조 회장의 경영 성과가 없으면 조 회장 지분을 강제 처분해 퇴출시키겠다"고 해명했다. 산은의 판단과 조 회장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의혹은 말끔히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 경제개혁연대는 "급하지 않은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굳이 주주명부가 폐쇄되는 올해 말 이전에 추진해 2021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약 10%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산업은행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면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진칼 유상증자 참여 시기를 내년 초로 미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올해 마무리해야 하는 지원 거래는 12월 29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사모전환사채 3000억원 취득 이외에는 없고, 이 자금은 한진칼이 3000억원 교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해 얼마든지 충당할 수 있다"며 “오늘 예정된 5000억원의 산은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내년 3월 대한항공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때까지 아무런 사용처가 없다"고 덧붙였다.

향후 대한항공 통합법인 출범 이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지 않고 동반 부실화로 갈 경우 산은의 추가 혈세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산은이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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