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마지노선 1100원 붕괴…1082.1원 마감
급격한 환율 하락에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
"적극적 환헷지 필요…정책지원도 뒤따라야"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영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적정확율인 1160원으로 수립했던 내년도 경영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입니다. 내수보다 수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보니 원화강세가 계속될 경우 환차손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어 걱정이 큽니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율 공포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부양 기대감에 따른 달러화 약세로 환율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100원이 붕괴된 가운데 연말에는 환율이 105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 기조에 가격경쟁력 약화, 환차손 등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환헤지와 정부의 안정적인 환율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4.9원 내린 1082.1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2018년 6월 이후 2년 6개월만에 최저치다. 장 초반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원·달러 환율은 장 막바지에 1081.1원까지 저점을 낮추기도 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대응 재정 부양책이 연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 등으로 달러화 약세와 세계적인 위험선호 분위기가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을 키웠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민주당)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대선 이후 처음 전화 통화를 하고 부양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로나 신규 부양책의 연내 통과 기대감을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코로나 부양책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 분위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며 환율 저점이 1050원에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내년 대내외 요인의 안정으로 환율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며 내년 원·달러 환율을 1050~1130원으로 예상했다.   

우려스러운 건 급격한 원화 강세로 중소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은 수출기업의 단기 수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가격변수로, 대기업에 비해 환위험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경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수출기업 80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 미 달러 결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은 전체의 91.4%로 대부분 환리스크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기업의 61.1%는 '환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308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62.3%가 최근의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됐다고 답했으며, 환리스크 관리를 못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30.8%를 차지했다. 

김태환 중기중앙회 국제통상부장은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제품 만들어 해외 거래처로 보내고 돈을 받는 데까지 통상 3개월 정도 걸리는데, 수주 당시에 원가 계산했던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질 경우 받을 돈이 줄어드는 만큼 손실이 커진다"며 "수출 중소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막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안정적인 환율 운용과 수출관련 금융·보증 지원 등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영세 수출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 원가절감이나 수출단가를 조정하는 식의 대응은 환율 타격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선물환‧환변동보험 등을 활용해 적극적인 환위험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우리은행 트레이딩부 관계자는 "환위험 관리를 잘하기 위해선 다양한 환헤지 상품을 가입보다는 단순한 선물환 상품을 가지고 어떻게 운용 전략을 짜는 지가 중요하다"며 "기업 상황에 맞는 단순한 상품구조를 기반으로 환위험 전략을 촘촘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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