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날 정부·여당과 재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제 3법이 국회에서 가결이 되었지만, 대립하는 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원안에서 수정되어 재계와 시민단체가 모두 반발하는 등 이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공정경제 3법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말한다. ‘공정경제’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에 통과된 법들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및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횡포를 근절하기 위해 추진됐다. 반면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규제 3법’ 혹은 ‘규제 3법’이라 부를 만큼 반발이 심하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는 공정거래법 제정안 중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안이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는 점을 들어 정부와 재벌이 담합했다면서 양측 모두를 공격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목적으로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이 여기저기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통과된 공정경제 3법은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되어 재계가 끝까지 저항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재계가 지적하는 핵심 쟁점 사안은 상법 개정안 중에서 ‘다중대표소송제도’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이다.

먼저 다중대표소송제도는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나 여타 계열사 혹은 손자회사 등의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이다. 모회사의 주주가 임무를 소홀히 한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계열사 대주주의 독단을 방지할 목적으로 발의되었다.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정된 법이지만 해당 기업들은 소송 폭탄에 시달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재계의 추정에 따르면 이럴 경우 상장사의 소송이 약 4배가량 늘어나 기업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음으로 재계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이다. 그동안 이사회에서만 선출하던 기업의 감사위원을 최소 1명은 이사와 별도로 선출해 소액주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제도다. 균형과 견제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발의되었다. 애초에 소액주주의 의견을 대폭 반영될 수 있도록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더해 3%까지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이른바 '3% 룰'을 제안했으나, 재계의 반발을 고려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각각 3%를 인정하는 것으로 완화되었다.

하지만 3% 의결권 제한이 원안에 비해 다소 완화된 상태로 가결되었지만 재계는 여전히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추후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관련해서는 반드시 기업의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호소했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재계가 ‘공정경제 3법’ 중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에 대해서 마지막까지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고자 애쓴 이유는 명확하다. 이 법이 기업의 투명성 제고라는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외국 자본이 우리 기업을 공격하는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기업은 경영권 방어에 불필요한 힘을 낭비하게 됨으로써 정상적인 경영에 공백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에 통과된 경제 3법은 보는 시각에 따라 ‘공정경제 3법’이 되기도 하고 ‘기업규제 3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둘 다 맞는 말이다. 정부·여당의 입장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기 위해 어느 정도 기업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법 개정 이전에 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 개선 방안을 먼저 고려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대기업의 횡포와 갑질을 최소화하자고 시작된 법 개정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독소 조항이 군데군데 발견된다. 

기왕에 공정경제 3법이 통과된 만큼 정부와 재계는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고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도출해 내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경제가 나빠진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합리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호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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