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영의 경제교실] 한국과 닮은 나라 이스라엘이 주는 교훈

2021-04-25     정창영

한국과 이스라엘은 비슷한 데가 적지 않다. 이스라엘은 사람 또는 인적자원 이외에는 전혀 자원이 없는 나라이다. 인구는 약 800만 명이고, 면적은 한국의 충청도 크기이며, 강수량은 연간 400mm로 우리의 7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

두 나라 모두 고난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0년 동안 방랑 생활을 하였으며, 2차 대전 중에는 무참히 대학살을 당하기도 하였다. 주변국들의 위협에 항시 노출되어있는 것도 비슷하여 이스라엘은 중동의 화약고라고 일컫기도 한다. 그런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이 자원 대신에 지혜를 주신 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특성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후츠파’ 정신이다. 이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전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하는 것이다. (윤종록, <후츠파로 일어서라>)
  
학교에 있는 사람으로 특히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들의 교육방식이다. 우리도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서당에서의 가르침이 그랬듯이 질문, 대화, 토론이 주요한 교육방식이었다. 그러나 일제 식민 통치를 겪으면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으며, 특히 근자에는 대학 입시에 합격하기 위해서 초・중・고교의 교육방식이 암기 이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는 지극히 퇴행적인 변화로서 우리 교육의 앞날이 크게 걱정되는 부분이다.
  
동시에 인성교육도 퇴보해서 과거처럼 부모가 가정교육을 소중히 여기는 전통도 점차 사라지는 우려할만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유대인 가정에서 식사시간이 중요한 교육현장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대인 가정에서는 생후 8개월이 지나면 식사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어린이들이 저금통에 저금을 하는 것을 가르친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인성교육에 있어서 가정교육과 조기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3세가 되면 성인식을 하는데, 가족, 친척 등이 모여서 축하금을 주는데 보통 수천에서 1억 원 정도의 돈이 모인다고 한다. 그러면 부모의 지도 하에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을 어릴 적부터 익히게 된다고 한다.
  
한편 이스라엘 경제의 추이를 보면, 이미 1980년대에 세계적인 첨단농업의 기초를 굳건히 구축하였다. 즉,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해수의 담수화 기술’ 국제 특허를 취득하였다. 아울러 사막지대라 물을 주고 나면 금방 마르므로 나무의 뿌리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관개(drip irrigation) 방식을 적용하였다.
  
이어서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는 첨단산업의 진흥을 도모하였다. 주요한 보기를 들면 20대의 세 청년이 설립한 체크포인트(Checkpint)는 인터넷 보안기술의 국제 특허를 취득해서 시장의 80%를 장악하였다. 그런데 이 회사는 20대 청년 셋이 창업하였는데, 주식시장에서의 시가총액이 무려 1500억 달러나 되었다. 원자력 안전기술의 국제 특허도 출원하여 원자력 발전소의 80%가 이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바이오 헬스케어 벤처기업의 70%가 이스라엘 기업들이다.
  
유의할 것은 유대인들도 전에는 의사・변호사 직업을 가장 선호하였다. 그러나 근자에는 청년들의 창업이 대세가 되어 이스라엘 대학 졸업자의 약 80%가 창업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이른바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엘리트 청년들의 목표이나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전혀 머뭇거림 없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근자에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일본에서 간행된 <세계 과학・기술사 사전>에 의하면 15세기 전반기의 세계적인 발명품 62개 가운데 거의 절반인 29개가 조선에서 발명된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명품이 한글과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이다. 한국도 이스라엘처럼 젊은이들이 과감히 창업에 도전할 수 있고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마련되었을 때, 조선 시대에 세계적인 발명품을 만들 수 있던 역량이 오늘날에도 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