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움직이는 15m 길이 트레일러…용광로 환원제를 석탄 대신 수소로
미래 수소사회 엿볼 ‘2021 수소모빌리티쇼’ 가보니
현대차, SK, 포스코, 효성, 두산, 롯데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총출동한 '2021 수소모빌리티+쇼'의 열기는 뜨거웠다.
9일 수소모빌리티+쇼가 한창인 일산 킨텍스를 찾았다. 기업들은 수소전기차부터 수소드론, 수소선박, 수소철도, 수소건설기계에 이르기까지 상상력을 뛰어넘는 다양한 수소 관련 제품과 기술을 뽐냈다.
국내 수소위원회 출범 등 이번 행사를 주도적으로 이끈 현대차그룹 전시관에 들어서니 전장 15.3m에 달하는 거대한 무인 운송 모빌리티 '트레일러 드론'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트레일러 드론은 수소연료전지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차대(bogie)를 뜻하는 ‘이-보기(e-Bogie)’ 위에 트레일러를 얹은 신개념 운송 모빌리티다. 1회 충전으로 10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일반 트레일러보다 좁은 반경으로 회전할 수도 있다. 이 거대한 트레일러 드론이 사람의 조작 없이 원형 로터리를 따라 움직이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고성능 수소전기차 '비전 FK'는 수소연료전지와 고성능 전기차 구동 시스템을 결합해 획기적인 외관 디자인뿐 아니라 4초 미만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 500㎾의 출력 등 기존 고성능차를 뛰어넘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SK는 계열사인 SK E&S 주도로 블루수소 생산과 유통, 소비까지 수소 생태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SK E&S는 인천시 서구 원창동 일대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약 1만3000평의 부지를 매입해 연 3만톤 규모 수소 액화플랜트를 2023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이어 2025년부터 친환경 ‘블루(Blue)수소’ 대량 생산 체제도 가동한다. SK E&S는 연간 300만톤 이상의 LNG를 직수입하고 있는 국내 최대 민간 LNG 사업자로, SK E&S가 대량 확보한 천연 가스를 활용해 보령LNG터미널 인근지역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25만톤 규모의 청정 수소를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유통-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에서 그룹사의 역량을 결집해 2050년까지 연간 수소 생산 500만톤,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수소환원제철 등 구체적인 사업 전략과 추진 현황을 총망라해 공개했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기존 고로(용광로) 용법과 달리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철을 생산할 수 있는 공법이다.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되면 포스코 자체 수소 수요만 연간 375만톤에 달하며, 포스코에너지 발전소를 수소·암모니아 발전소로 전환할 경우 추가 100만톤 이상의 수요가 발생된다.
또한 포스코는 수소 이송에 사용되는 강재를 직접 만져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강재를 적용한 액체수소저장탱크, 수소차연료탱크, 충전소저장탱크 등의 제품을 실물 크기로 전시했다.
두산은 수소 드론과 함께 두산퓨얼셀의 트라이젠(Tri-gen) 연료전지 등을 선보였다. 트라이젠 연료전지는 도심에서 전기와 열, 수소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어 수소와 전기를 함께 충전할 수 있는 복합 충전소에 적합하다.
현대중공업은 수소굴착기·수소지게차 실물과 함께 이산화탄소 운반선, 해상풍력 발전 단지, 수소 운반선, 수소 추진선 등을 포함한 수소 생태계를 모형으로 전시했다.
효성은 액화수소 기반 수소도시 모형과 함께 수소 에너지 생산과 보급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효성은 글로벌 산업용 가스 전문 화학기업인 린데와 함께 30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구축하고,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활용하는 CCUS 기술을 통해 블루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 12개국의 154개 기업·기관이 참가한 이번 수소모빌리티+쇼는 오는 11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