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IPO 대세는 중소형주
두산로보틱스·엔카닷컴 출격
서울보증보험 등 상반기 중 8곳 코스피 입성 추진
IPO 옥석가리기 뚜렷…'대어'는 하반기에나 기대
연초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중소형주 위주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반기 중 서울보증보험과 두산로보틱스, 엔카닷컴 등 8개 업체가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추진한다. 지난해 꽁꽁 얼어붙었던 공모주 시장에 다소 온기가 돌고 있지만, 상반기까지 증시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 중 한국거래소에 예비상장심사 청구를 준비 중인 업체는 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후성글로벌, 넥스틸, 엔카닷컴 등 5곳이다.
또 스마일게이트RPG, 동인기연이 상반기 예비상장심사 청구를 추진 중이며, 연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두산그룹의 로봇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도 올 상반기 안에 상장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상장 일정을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패스트트랙 요건은 개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4000억원, 매출액 7000억원(3년 평균 5000억원), 이익액 300억원(매 사업연도 이익 실현 및 3년 합계 이익 600억원)이다. 거래소 상장심사에는 보통 45영업일이 걸리는데, 패스트트랙을 밟으면 20영업일로 단축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상장 절차 중 목표하는 기업가치(3조∼4조원 추정)를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라는 본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상장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산로보틱스는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는 유니콘 기업의 국내 증시 입성을 유도하기 위해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거나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자기자본 1500억원 이상 요건이 충족될 경우 다른 재무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IPO시장은 그야말로 '혹한기'를 보냈다.
금융감독원의 '2022년 기업공개(IPO) 시장동향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기업공개를 한 업체는 총 70개사로 1년 전보다 19개(21.3%) 줄었다. 공모금액은 15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1000억원(20.7%) 감소해 4년 만에 뒷걸음질쳤다.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에 상장 계획을 철회했고 잠재적 상장 후보로 꼽혔던 SSG닷컴, CJ올리브영 등도 증시 불황으로 상장작업을 중단했다.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은 코스닥 기업이 66개로 대부분이었고, 유가증권시장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 수산인더스트리, 쏘카, LX세미콘 등 4개에 불과했다.
1조원 이상의 '대어급' 기업공개가 2021년 6개에 달했던 반면 작년에는 1월 상장했던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액은 12조7500억원(107억달러)으로 작년 전체 공모액의 80%를 웃돌았다.
올해 들어서도 투자심리 위축과 수요예측 흥행 저조 등의 여파로 컬리,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 등이 증시 입성을 줄줄이 포기하는 등 'IPO 잔혹사'가 이어졌다.
반면 몸집이 작은 중소형 공모주는 선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공모주 일반청약 평균 경쟁률은 765대 1로, 2022년(556대 1) 대비 높아졌다.
올 1분기에 증시에 입성한 미래반도체와 오브젠, 스튜디오미르, 꿈비, 이노진 등은 나란히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 기록)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새내기주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IPO 시장에 온기가 돌았는데, 투자자들 대부분이 종목 선정에 더 신중한 분위기"라며 "상반기까지는 증시의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의 기대를 모을 대어들은 하반기에나 출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