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보톡스 소송 또 승소
식약처 과잉 제재 논란 수면위

법원 "품목허가 취소는 가혹" 제조사 손들어줘…휴젤·파마리서치 등도 소송중

2024-09-12     손재원 기자
해외에서 판매하는 메디톡신(해외 제품명 뉴로녹스). 사진/메디톡스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둘러싼 행정소송이 연이어 제약사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1심과 2심에서 제약사들이 일부 승소 혹은 승소 판결을 얻어내면서다. 이에 따라 현재 상고심을 진행 중인 메디톡스의 최종 재판 결과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향후 나머지 기업들의 소송 결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기한 '메디톡신'의 제조·판매중지 관련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지난 6월 식약처가 제기한 다른 소송에서도 일부 승소한 데 이어 올해 두 번째 승소 판결이다. 당시 메디톡스는 일부 패소한 부분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재판은 식약처가 지난 2020년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이노톡스에 대해 허가받지 않은 원액을 사용했다고 행정처분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당시 식약처는 메디톡신의 회수·폐기 조치와 제조·판매중지를 비롯해 이노톡스에 대한 과징금 등을 명령했으나 메디톡스가 집행정지를 신청해 실제 판매중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재 메디톡스가 식약처와 진행 중인 다른 소송의 경우 수출용 제품을 국내 중간 유통업자에게 판매했다는 점이 쟁점이 됐다. 역시 식약처가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와 제조·판매중지 명령 등을 내렸으나 메디톡스가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건이다. 현재 2심에서 1개월 판매업무정지를 제외하면 메디톡스가 일부 승소한 상황으로 메디톡스와 식약처 모두 대법원에 상고를 신청했다. 

메디톡스의 행정재판이 업계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식약처가 이후에도 휴젤과 파마리서치·한국BMI 등 6개 업체에 대해 동일한 내용으로 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파마리서치는 1심에서 간접수출 사실이 없고 식약처가 간접수출을 묵인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식약처는 수출대행업체를 통한 의약품 판매가 '수여' 조항을 활용해 의약품 판매 대금을 제약사에 송금하는 중간상 형태라는 점에서 약사법 위반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법원이 파마리서치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려 현재 항소심으로 넘어간 상태다.

휴젤 역시 동일한 혐의로 식약처와 행정소송을 진행해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얻어냈고 2심이 진행 중이다. 쟁점이 됐던 '수출' 해석을 두고 법원은 제조업자가 직접 해외 수입자에게 물품 등을 판매하는 직접수출 외에도 국내 수출업자를 통해 해외 수입자에게 판매하는 간접수출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휴젤은 1심 진행 당시 보툴리눔 톡신 관련 규정은 약사법이 아닌 대외무역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내에 유통하지 않아 보건 위해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법원은 "의약품 자체를 판매할 수 없는 품목허가 취소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이를 재량권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한 위반행위의 동기와 경위를 비롯해 비난 가능성이나 국민보건상 위해 발생 정도 등 관련해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지만 관련 규정이 정한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메디톡스의 경우 소송이 여러 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행정소송이 대부분 승기를 잡으면서 제반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됐다. 현재 비동물성 제제 MT10109L이 해외 품목허가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등 미국과 일본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국내 리스크가 정리되면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다른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 역시 메디톡스의 승소 판결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식약처가 간접수출에 대해 동일한 내용으로 행정처분을 내린 만큼 법원 판결이 기업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인 메디톡스의 소송 결과에 따라 휴젤과 파마리서치를 비롯해 제테마·한국BMI·한국비엔씨·휴온스바이오파마 등 다른 제조사들의 재판 향방이 간접적으로 정해질 수도 있다.  

반면 식약처는 항소까지 진행했지만 전부 패소했다는 점에서 행정처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국내 제조사 중 7곳이 식약처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판매중지 처분의 집행정지 인용이나 법원 판결 등이 모두 제약사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일각에선 식약처가 무리하게 소송을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식약처는 항소심을 이어가고 있지만 모든 소송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는 우선 가장 앞서 있는 메디톡스의 상고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소송이 빠르게 마무리돼야 재정적 측면에서 유리하고 국내 보툴리눔 제제 시장은 출혈경쟁이 심해 최대한 제반비용을 낮출 필요성도 크다. 다만 국내보다 수익성이 더 높은 해외 시장의 경우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와 해외는 품목허가 과정부터 달라 국내에서 진행하는 행정소송이 해외 판매나 영업에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