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K-배터리 체력전 돌입

AMPC 보조금 축소 전망…LG에너지솔루션·SK온 영향 커
수요 감소 불가피…中 공급망까지 건들면 시장불안 확대

2024-11-07     김성화 기자
LG에너지솔루션 미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2차전지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으로 수요 감소가 확실시되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0분 기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전날 대비 3~4% 하락한 상태다.

2차전지 업계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에 가장 악영향을 받을 산업으로 꼽혔다. 특히 첨단 제조 생산세액공제(AMPC)의 폐지는 아니더라도 축소까지는 의회를 통하지 않고 행정부에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법안이 이미 입법화 됐고, 관련 투자가 공화당 지역구에 주로 분포돼있어 보조금/인센티브의 전면 철회/폐지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대통령 행정명령/의회검토법(CRA)/선택적 폐지 등 통해 IRA 집행무력화/세부요건 개정은 충분히 가능하고, 이에 따라 IRA 보조금 축소와 자국 기업 위주의 보조금 지급 기준 강화 가능성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런 예상이 실현되면 최근 실적에서도 나타났듯, 국내 배터리 3사 중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올해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4650억원, SK온은 608억원, 삼성SDI는 103억원의 AMPC 보조금을 받았고, 이를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167억원, SK온은 368억원 적자다. 삼성SDI는 1196억원 흑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미국 내 생산량을 늘려오고 있었기에, 트럼프 행정부 등장에 따른 급격한 정책방향 선회에 위험도도 크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내에서 145GWh로 배터리 3사 중 가장 큰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예정된 증설 물량도 현대차 조지아 30GWh, GM 미시간 50GWh, 혼다 오하이오 40GWh 등 100GWh시에 이른다.

SK온은 현재 생산능력 자체는 많지 않지만, 테네시와 켄터키 1공장과 2공장 등 포드와 합작공장에서만 130GWh에 현대차 조지아 공장 35GWh 등 계획된 물량은 가장 많다. 삼성SDI도 GM과의 인디애나 공장 30GWh, 스텔란티스와의 1,2 공장 각각 30GWh와 40GWh 등 계획물량만 100GWh에 이른다.

플로리다에서 대선 승리 선언 연설을 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2차전지 업계 수익성이 AMPC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내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되면 단기간에 실적하락도 예상할 수 있으며,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내연기관 차량 확대 정책과 맞물려 절대수요량 감소와 맞물려 더욱 가파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BNEF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판매량 지난해 150만 대에서 2027년 450만 대, 10%에서 3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조 바이든 정부 계획치 50%보다 낮다. 30%란 수치 또한 다른 조사업체인 JD파워가 올해 전기차 비중을 기존 12%에서 9%로 축소하는 등 기존 예상치 대비 둔화세가 이미 나타나고 있어 불안하다.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확산세가 느려진 가운데 그나마 침투율이 낮은 미국 시장마저 둔화되면 2차전지 업계로서는 판로 확보가 쉽지 않다.

이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2차전지 공급과잉 흐름이 더해져,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길어지는 침체기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부채비율은 86%, 삼성SDI는 78%로 양호하지만 SK온은 172%로 경쟁사 대비 높다. 특히 부채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SK온은 80%로 LG에너지솔루션 55%, 삼성SDI 48%보다 월등히 높아 장기 위험성은 더 크다.

중국 2차전지 관련 핵심광물 공급망.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트럼프 당선인이 원자재 공급망까지 건들면 2차전지 시장 상황은 더욱 불안해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리튬·니켈·코발트 등 광물의 채굴생산은 호주(46.9%),인도네시아(48.5%),콩고(68.4%)등 3개국 비중 높다"며 "처리에서 셀(Cell)제조와 전기차 완성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공정 의존도는 중국으로만 약 70%가 편중돼 있다"고 말했다. 2022년 기준 업스트림에서 희토류와 흑연 중국 의존도는 약 70%, 미들스트림은 90~100%. 리튬 65%, 코발트 74% 등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 정책에 따라 원자재 가격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또한 지난해 미국은 IRA의 '해외우려집단(FEOC) 세부 규정'을 확정하고 중국 기업과의 협력도 규제함에 따라 기존에 확보한 원자재 공급망도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FEOC는 2025년부터 중국에서 핵심 광물 채굴‧가공 기업이 해당하며, 이들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다. 여기에 중국 자본 지분율이 25% 이상 합작법인도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

LG화학이 짓고 있는 경북 구미 양극재 공장은 중국 화유코발트 지분 49%가 들어가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의 모로코 수산화리튬 채굴 사업은 중국 야화와 협력중이다. SK온은 중국 거린메이와 전북 새만금에 총 1조2100억원을 투자해 전구체 공장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