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건설사 공사비 낮춰 서울로
남는 것 적어도 분양만 된다면

우미·SG신성·서한·대성 등 정비사업 도전 잇따라

2024-12-12     김혜준 기자
극심한 건설 한파 속에서 ‘지방 1군’ 건설사들이 속속 서울로 향하고 있다. 지방 미분양이 쌓여가자 규모가 작더라도 안정적인 서울 틈새 주택 시장을 공략하는 행보다. 우미건설이 최근 수주한 서울 중랑구 상봉역4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투시도.

극심한 건설 한파 속에서 ‘지방 1군’ 건설사들이 속속 서울로 향하고 있다. 지방 미분양이 쌓여가자 규모가 작더라도 안정적인 서울 틈새 주택 시장을 공략하는 행보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0월 기준 1만8307가구에 달한다. 전월 대비 1045가구 증가한 것은 물론 4년3개월 만의 최대치다. 특히 이중 79%인 1만4464가구가 지방 물량이다.

이런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1~2위를 차지한 지역 기반 건설사들의 서울 상경이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광주광역시를 기반으로 설립된 우미건설(시공능력평가 27위, 지역 2위)은 이달 처음으로 서울 정비사업을 따냈다. 우미건설은 그간 브랜드 ‘린’을 중심으로 광주·인천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전개해왔다.

우미건설이 이번에 수주한 상봉역4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서울특별시 중랑구 봉화산로 일대의 노후 연립주택을 지하 2층부터 지상 15층, 5개 동 총 225가구의 아파트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수주금액은 757억원이다.

우미건설은 수주 과정에서 홈 네트워크 시스템, 옥탑 특화 디자인에 더해 저렴한 공사비도 내세웠다. 수주금액을 연면적(2만9367㎡)으로 나눠 계산한 ㎡당 공사비는 약 258만4000원, 3.3㎡(평)당 공사비는 852만원 가량이다. 올해 들어 자재비 상승 등으로 평당 공사비가 1000만원에 육박한 서울 정비 시장 기준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전북지역 1위 건설사 SG신성건설(시공능력평가 132위)은 최근 현대건설과 공사비 문제로 결별한 성북구 장위 11-1구역에 3.3㎡당 760만원의 공사비를 제안하며 시공권을 가져갔다. 현대건설은 897만원을 제시했었다.

서울로 향한 중견건설사들은 대형 건설사들이 대규모 재건축·재정비를 추진하기 어려운 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을 주무대로 일감을 쌓고 있다.

분양 시장에서도 서울에서 좋은 성과를 낸 지역 출신 건설사들이 돋보였다.

부산 토박이 건설사인 대성건설은 지난달 서울특별시 강동구 천호동에 하이엔드 주상복합단지 ‘VIORR(비오르)’ 29세대의 일반분양을 진행했다. 강동구 유일의 비규제 지역에 들어서는 희소한 소규모지만 하이엔드 단지를 공급한다는 전략으로 올해 처음 서울에 진출한 것이다.

이 단지는 513건의 청약을 모으며 전세대 1순위 마감을 달성했다. 최대 경쟁률은 17대 1로 집계됐다.

대구특별시를 기반으로 성장한 (주)서한(시공능력평가 48위, 지역 2위)도 올해 서울 분양 시장에 진출했다. 서울특별시 강동구 둔촌동 489번지에 공급한 올림픽파크서한포레스트는 56가구를 일반 분양해 2062건의 신청을 모으며 전세대 1순위 마감을 달성했다.

이외에도 중견건설사 한신공영(주)의 한신더휴하이엔에듀포레, 에이치엘디앤아이한라의 마포에피트어바닉, 일성건설의 더트루엘마곡HQ 등이 올해 서울 분양 시장에서 순위내마감을 달성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악성 미분양이 급증하는 지방보다는 100세대 이하의 소규모 단지라도 안정적인 청약을 확보할 수 있는 서울에 집중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