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176명 모두 탈출…인명피해 없어

설을 하루 앞둔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불길이 완전히 덮치기 전에 승객과 승무원 176명은 전원 비상 탈출에 성공해 경상자 소수를 제외한 인명 피해는 생기지 않았다. 

28일 오후 10시 15분경,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승객 169명, 승무원 6명, 탑승정비사 1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중이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꼬리 쪽 내부에서 발화된 것으로 보인다. 

화재로 인해 기내에 연기가 차오르고 불꽃이 튀기 시작하자 승객과 승무원이 비상구 문을 열고 비상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탈출했다. 다만, 슬라이드를 타고 대피하는 과정에서 승객 3명이 타박상 등 경상을 입어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승객 중에는 외국인 22명(중국 18명, 미국 2명, 영국 1명, 필리핀 1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은 오후 10시 38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차 68대와 인력 138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을 말한다. 

이륙전의 항공기라 항공유 3만 5000천 파운드가 실려 있어, 소방당국은 불길이 연료탱크로 번지지 않도록 했다. 11시 24분경 초진에 성공했고, 화재 발생 1시간 16분 만인 11시 31분경 항공기 대부분을 태운 뒤 완전히 꺼졌다. 

이번 사고 여파로 대만행 이스타항공 비행기와 진에어 필리핀행 비행기 등 2편이 각각 40여분간 지연 출발했다. 김해공항 운항시간은 오후 11시 까지여서 심야에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항공기는 없다.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2007년 10월 30일 제작된 에어버스 기종으로 기령은 17년이다. 2017년 5월까지 에어부산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운용하다 넘겨줬다. 

에어부산은 지난해까지 12년간 사고는 물론 준사고 1건도 없었다. 항공편 수가 10만편 이상인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한 10년 이상 무사고 항공사였으나 이번 사고로 기록이 깨졌다. 

국토부는 항공정책실장을 중심으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사고 현장에 부산지방항공청장을 중심으로 지역사고수습본부를 운영하며 수습에 나서고 있다. 부산시도 시민안전실 사회재난과장 등 관련 부서 공무원을 현장으로 보내 사고 수습을 지원중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화재가 발생한 HL7763 항공기(A321-200 기종)에서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를 회수해 내용을 분석할 계획이다. 

또 탑승자들의 증언과 항공기 운항 기록 등을 종합해 비행기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시작된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